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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제멋대로 입법 ‘의회 배심’으로 견제를 / 이지문

등록 2013-01-09 19:19

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최근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두 개의 법률이 있다. 하나는 지난해 말일 국회를 통과한 것으로,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시키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택시법)이고, 또 하나는 국회의원 연금 지급의 법적 근거인 국회의원 연금법으로, 2013년 예산안엔 이를 지원할 헌정회 예산 128억원이 책정됐다.

전자는 택시업계와 30여만명에 이르는 택시종사자의 표를 의식한 전형적인 이익집단 정치의 폐해가 아닐 수 없으며, 후자는 국회의원들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의 또다른 예라는 점에서 두 경우 다 의회, 나아가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혀 성격을 달리하는 사안이지만 궁극적으로 의회에 대한 시민 통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익집단의 표를 의식한 정책 변경이나 의원들 또는 의회 내 거대 정당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처리되는 법률이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몇 글자 의견을 적고자 한다.

나는 ‘의회 배심’이라고 이름 지을 수 있는 비상설 자문기구를 의회에 둘 것을 제안한다. 의회 배심은 선거권이 있는 만 19살 이상 유권자 중 지역·성·연령 등을 고려한 일정 규모(500명 수준)의 배심원들을 추첨을 통해 선발·구성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법률안의 경우 국회의 재의에 앞서 해당 법률안에 대해 정부와 국회의 입장을 청취하고 배심원들끼리의 논의에 붙이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의견이 결정되면 이를 국회의장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영미권에서 시행되고 있는 재판 배심과 달리 2008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민참여재판제도의 배심처럼 의회 배심의 결정이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재의할 때 이를 전적으로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안뿐만 아니라, 본회의 통과 이전이라도 전체 의원의 10%나 원내 교섭단체, 또는 국회의장의 요청이 있을 때 의회 배심을 구성하여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이익정치의 폐단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의원·의회·정당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정치자금법과 선거 및 정당 관련 법률이나, 이번 논란의 중심이 된 국회의원 연금법과 같이 의회의 자기 이해가 걸려 있는 사안의 경우에도 법률의 제·개정시 의회 배심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의회 배심은 국회뿐 아니라 지방의회에서도 그 규모를 달리해 적용할 수 있다.

의회 배심은 사법개혁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국민참여재판제도의 배심원단과 현재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소 배심의 의회개혁 버전으로 이해하면 된다. 재판 배심이 사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듯이 의회 배심 역시 입법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일반 국민의 목소리를 의정에 반영할 수 있는 유용한 의회 통제 방식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단지 우리 유권자들이 선거 때 한 표를 행사하는 대의민주주의의 객체가 아니라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치권은 선거 때, 말로만 국민을 찾을 것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를 위해 의회 배심부터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지금까지 독점해왔던 특권을 아주 작지만 내려놓는 첫걸음일 것이다.

이지문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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