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1월이면, 도로 곳곳에 쌓인 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대로 눈을 치우지 않아서 보행자나 차량이 지나다니기 어려운 곳이 많다. 주택가 골목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시의 경우, 골목길이 포함된 이면도로를 시민의 책임으로 떠넘긴 후, 처벌규정이 없어 강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예 손을 놓고 있다.
문제는 정책적 아이러니이다. 서울시 ‘내 집 앞 눈 치우기’ 조례에 따라서 눈을 치울 경우, ‘이론적으로’는 골목길이 꽉 막힐 수 있다. 왜 그런 일이 생길까? 주민들은 각자 대문을 등지고 세로 1m의 직사각형 안에 쌓인 눈만 치우면 되기 때문이다. 종이신문 두 장을 세로로 붙인 후 대문 폭만큼 깔 수 있는 범위다. 담벼락 앞에 쌓인 눈은 치울 필요가 없고 대문 앞의 눈은 도로 중앙부분으로 밀어내면 된다. 골목길 가운데는 사방에서 밀려온 눈으로 만들어진 눈봉우리 하나가 생길 수 있다. 골목길 입구에서 바라볼 경우, 도로 양 끝 담벼락 밑에 쌓인 두 개의 눈봉우리와 함께 ‘뫼 산(山)’자 모양으로 보일 것이다. 눈을 치우려다가 눈 속에 갇힌 꼴이다.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리는 시카고와 보스턴은 최소 제설 폭을 지정해서 통행로를 확보한다. 할리우드의 레드카펫을 골목길 가운데 길게 펼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리 골목길이 넓어도 1~1.5m 폭의 통행로에 쌓인 눈만 치우면 되는 것이다. 반면 서울시 조례를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동네 주민들이 눈 속에 고립되는 정책적 아이러니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차이점은 뭘까? 시카고와 보스턴의 제설의무 조항은 통행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졌다. 반면 ‘자연재해대책법’과 서울시 조례는 건축물 관리자의 입장에서 쓰여졌다. 그래서 정책의 이름도 ‘내 집 앞’ 또는 ‘내 점포 앞’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겨울철 골목길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서는 정책 방향의 변화가 필요하다. ‘내 집 앞 눈 치우기’에서 ‘골목길 눈 치우기’로의 개명부터 시작하면 될 것이다.
안준성 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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