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유신반대 시위를 하던 백기완 선생이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한겨울 영등포교도소에 투옥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독방에 허름한 모포를 덮고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스멀스멀 무엇인가가 살갗을 기어다니는 느낌에 벌떡 일어나서 보니 이들이었습니다. 터질 듯이 퉁퉁 살이 찐 이들이 바글바글 살갗에 매달려 한참 펌프질을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간수에게 물으니 얼마 전까지 있던 사형수의 모포였다고 합니다. 더 앞에는 <분지>(糞地)로 필화사건에 휘말려 들어온 소설가 남정현 선생 같은 분도 덮던 모포였다고 했습니다. 유신은 이를 통해서도 고문을 하는구나, 어둠 속에서 피를 빨아 디룩디룩 살이 쪄 있구나. 분을 참지 못한 선생은 이를 갈며 떨어지지 않는 이를 손톱을 세워 죽이다가 어느 순간 섬뜩해져서 그만두고 말았답니다. 저 몸속에 동지들의 피가 있다고 생각하니 차마 피를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저 몸속에서 만나지 못한 벗들의 피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득시글거리는 이들이 어쩌면 그리 눈물겨웠던지….
2013년 1월 대선이 끝나자마자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선생에게 50만원 벌금형이 떨어졌습니다. 여든이 넘은 분께 보약첩은 지어주지 못할망정, 세상에, 이 땅엔 40년을 넘게 장수하는 이들도 있나 봅니다.
손택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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