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나는 그와 결혼했어요. 행복한 미래만 있을 것이라 믿었죠. 그를 선택한 이유는 경제적 미래였습니다. 그와의 결혼이 내 삶의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었어요. 사랑과 신뢰는 없었죠. 하지만 사랑은 ‘경제’라는 물질적 가치가 채워진다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 믿었어요. 난 당신을, 그리고 당신을 선택한 나를 믿었어요.
그해 봄. 당신은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첫번째 일로 미국과의 교역을 택했습니다. 당신은 그리도 큰일을 내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진행했어요. 그 나라와 쇠고기 협상을 체결한다 했어요. 다 나를 위한 것이라 했죠. 하지만 나는 최소한의 건강마저 버리면서 부를 얻고자 했던 건 아니에요. 어느 순간, 나는 이 모든 얘기를 당신에게서 직접 들을 수조차 없었어요. 모든 것이 결정된 이후에 뉴스에서 전해 듣는 얘기들뿐이었죠.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해 겨울. 낙동강과 영산강부터 삽질이 시작됐습니다. 이번에도 당신은 내 얘기를 듣지 않았어요. 이 모든 것이 더 큰 부와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내 삶은 부도 사랑도 신뢰도 그 무엇도 가지지 못한 채 흘러가고 있었어요. 환경은 한번 망가지면 되돌릴 수 없다고 난 울며 말했죠. 하지만 당신은 6개월 만에 허울뿐인 환경조사를 한 뒤 사업에 착수했고 2년 만에 이 사업을 마무리하겠다고 했어요. 모든 돈이 그 삽질에 쏟아부어진 탓에 내게 돌아올 몫은 없었어요. 이듬해 서민복지예산은 4300억원 삭감됐습니다. 환경부에선 이 사업 때문에 강의 수질이 악화돼 녹조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했어요. 그때라도 멈췄어야 했습니다. 내 삶도 마음도 가난해져 갔습니다.
난 지금도 경제적 능력은 결혼에서 중요한 조건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그 경제란 삶의 최저생계비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 이후엔 경제보다 사랑, 신뢰, 소통이 더 우위에 있다고 믿습니다. 그 과정이 있어야만 ‘경제적 부’도 의미가 있을 테니까요. 2013년 2월25일. 나는 또다른 그와 새로운 결혼생활을 시작합니다. 난 내가 또 불행해지길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를 믿어야겠죠. 지난 5년간의 불행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문정빈 서울시 마포구 노고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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