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일로 전화 안 하셔도 됩니다.” 몸살 증세가 심해진 아들을 학교에 못 보내게 됐다고 조심스럽게 전화를 한 8살 태준이 엄마에게 돌아온 담임 선생님의 답변이다. 아침부터 선생님 마음 쓰이게 할까 걱정했던 태준이 엄마는 말문이 막혔다. 반 학생의 건강은 담임 선생님이 신경 쓸 필요 없는 ‘그런 일’이었다니.
“아이를 그렇게 나약하게 키워서 나중에 어쩌려고 그래?” 영어유치원에만 가면 두통 증세를 호소하는 7살 정윤이 엄마가 아이를 유치원에 그만 보내자고 제안하자 남편에게서 돌아온 반응이다. 대학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까지 찍었지만 심리적인 문제인 것 같다는 진단을 받고 며칠 고민한 뒤에 꺼낸 말이었다. 머리가 아프다며 엉엉 우는 아이를 보면서도 쉽게 할 수 없었던 결정이었지만 남편의 태도는 단호했다. 벌써 영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태준이에게, 정윤이에게 선생님과 아빠는 어떤 존재일까? 학교와 가정에서 의지하는 유일한 어른이자 일상의 대부분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보내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 아이들에게 믿음직한 보호자일까? 아니면 가장 위협적인 존재일까?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아이들을 위협하는 존재는 아이들 바로 옆에 있다. 태준이네 반, 정윤이네 집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또는 아이를 위한 것이라는 핑계로 무장한 채 아이들을 위협하고 있다. 스트레스가 아이의 온몸을 짓누르고 있어도 영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확신, 학생의 건강보다 성적에만 관심 있는 선생님의 신념. 어른들의 위험한 믿음은 곳곳에서 아이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사회에서 늘 약자로 존재해왔던 아이들, 전쟁과 가난이 생명을 위협하던 시절을 지나왔지만 이보다 덜 위협적이라고 할 수 없는 위태로운 시절을 살아가고 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의 아이들에게는 보호시설과 식량이 구호대책이었고 가난하던 시절에는 이웃돕기 성금과 온정이 아이들을 지켜주었다. 오늘의 아이들을 구호하는 길은 어른들에게 달려 있다. 어른인 우리가 내 아이에게, 내 학생들에게, 이웃 꼬마들에게 ‘안전한’ 보호자, ‘믿을 수 있는’ 어른이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새롭게 시작한 이번 학기에는 ‘아이를 위해서’라는 허울 좋은 핑계와 ‘성공’과 ‘행복’에 대한 신념을 걷어 내고 아이를 위협하는 사랑이 아닌, 아이를 지켜주는 사랑을 전해보자.
이선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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