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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피는 꽃, 피지 않는 꽃/ 정용민

등록 2013-04-22 19:17

해마다 4월이면 저희 학교 운동장 축구 골대 뒤편에는 벚꽃이 활짝 핍니다. 화창하고 푸른 날씨와 멋진 인조잔디구장과 잘 어울려 벚꽃이 피는 4월 중순이면 학교는 더욱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제 시선을 끌면서 안타까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 있는데요, 바로 꽃이 피지 않는 벚나무입니다. 축구 골대 뒤 4개의 나무 중 오른쪽 1개의 나무는 아름답게 만개했지만, 왼쪽의 나무 3개는 매년 꽃을 피우지 못하고, 올해 역시 그랬습니다.

학교의 원로 선생님들께 물어보니 이유는 놀랍게도 골대 바로 뒤쪽에 있는 나무 3개가 오랫동안 아이들이 찬 축구공에 맞아서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늘 이 나무들을 보면서 이들도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이 나무들을 보면서, 실수하기도 하고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는 우리 아이들을 자꾸 야단치고 사랑의 매라는 명목으로 종종 때리기도 했던 과거의 제 모습을 반성하게 됩니다.

어느덧 교직에 들어온 지 10년, 늘 아이들은 부족한 부분이 있게 마련이지요. 특히 올해는 유난히 말썽도 많이 일으키고 더 소란스러운 사춘기 말의 고등학교 1학년 학급을 맡아서인지 힘든 점이 많지만, 나무를 볼 때마다 다짐하곤 합니다. 비록 시간은 더 걸릴지 모르지만 조금 더 사랑의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많은 상담과 관심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리라고요.

그리고 벚꽃이 활짝 핀 오늘, 피지 않은 나무 옆을 찾아가서 나무를 쓰다듬으며 한마디를 건넵니다. 나는 오늘도 네가 활짝 꽃을 피울 날이 있으리라 믿는다. 힘내라, 사랑한다, 나무야.

정용민 서울 건대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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