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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물이용부담금 갈등, 서둘러 봉합할 일 아니다 / 염형철

등록 2013-06-03 19:21

국민의 절반 이상은 ‘물이용부담금’을 들어본 적이 없다. 수도요금에 통합 징수되는 기금이 가구당 4만원이 넘고, 전국적으로 8700억원에 이른다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1998년 팔당호의 수질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에서 ‘하류 주민들이 기금을 내고 상류 주민들은 규제를 받아들여, 예산이 부족한 정부를 돕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는 배경까지 기억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런데 물이용부담금이 시행 15년 만에 좌초 위기다. 연간 2500억원을 납부하는 서울시와 인천시가 ‘수질개선이 미흡하고 환경부가 불투명하게 운용하고 있다’며 3월부터 납부를 중단했다.(<한겨레> 5월22일치 ‘물이용부담금 중앙정부의 쌈짓돈 아니다’) 반면 환경부는 ‘수질개선 목적을 달성했고, 유역관리체계를 발전시켰는데, 서울시가 상하류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며 열을 내고 있다.(<한겨레> 5월29일치 ‘물이용부담금의 오해와 진실’)

시비를 가리면, 서울시의 말이 맞다. 물이용부담금이 도입된 1998년 이후 팔당의 수질은 시오디(COD: 화학적 산소 요구량) 기준으로 2.9㎎/L에서 3.9㎎/L까지 악화됐다. 물이용부담금 4조3000억원을 비롯해 15조원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수질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환경부가 하수처리시설 투자에만 집중하면서 상수원 보호를 게을리했고, 축산단지와 고랭지채소 재배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4대강 사업으로 댐 3개를 세웠고, 둔치를 대규모로 개발했으며, 구리시에는 친수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강의 자정능력은 더 떨어질 것이다.

운영은 환경부 마음대로였다. 지난 15년간 수계관리위원회는 겨우 세차례 열렸고, 이를 대신한 실무위원회 역시 서면 결의로 대체된 경우가 많았다. 시민은 물론이고 지자체조차 자료에 접근할 수 없었다. 수계위원회를 구성하는 9개 기관 중엔 환경부, 국토부, 한국수력원자력, 수자원공사 등 중앙 기관들이 절반 가까이 됐다. 상하류 지자체가 기금 분배를 두고 경쟁 관계였기 때문에, 사무국을 맡은 환경부가 사실상 집행을 독점해온 것이다.

견제와 감시가 존재하지 않는 사업은 부실해지기 마련이다. 주민 지원 내용이란 게 냉장고나 컴퓨터 등을 매년 반복해서 전달하거나, 마을회관을 더 크게 짓는 식이었다. 필요성과 효율성에 대한 평가가 미흡한 상태에서 세운 하수처리시설들의 가동률은 50%를 밑돌았다. 수백억원씩 지원하는 친환경산업이라는 것도 지원을 위한 형식에 불과할 때가 많았다. 쓸데없이 지원이 주민들에게 모멸감을 주고, 과도한 건설이 부정부패의 온상이 된 것이다.

환경부는 지자체들에 일부 권한을 넘기는 걸로 봉합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비판적인 시민들이 늘어나고 제도의 한계가 분명해진 상황에서, 환경부 독점체계가 지자체들을 포함한 과점체계로 전환하는 정도로 마무리되어서는 안 된다. 환경부가 상하류 주민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지자체들이 이를 견제할 수 없는 허술한 제도를 고쳐, 여러 주체들이 직접 참여해 협의하고 조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개혁해야 한다. ‘문제는 환경부와 서울시의 화해가 아니라, 상하류의 평화와 한강 수질의 개선이기 때문이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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