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금석학 대가’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칼자루 끝에 새겨진 글자들을 아주 독창적인 방식으로 읽어내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을 새로운 ‘신라의 왕’으로 떠받들어 신라 초기의 역사를 다시 쓰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금석문’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이 소동이 헛소동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사람 손으로 새겨진 것임이 분명한 글자는 ‘尒斯天▽
曰王’’이다. 여기에서 신라시대 최고 통치자를 가리키던 ‘이사금’(이를테면 신라 세번째 왕으로 알려진 ‘유리 이사금’)과 ‘이사천’이 같은 뜻을 지니고 있는지 아닌지를 따져보자. 결론적으로 같은 뜻을 지닌 글자다. ‘이사금’은 ‘검을 이었다’는 뜻으로 중국식으로 표현하면 ‘천자’(天子)다. (‘검’은 ‘하늘’을 뜻하는 우리 옛말로서, 시대와 지역에 따라 모음이 바뀌어 ‘감’, ‘금’, ‘김’, ‘고마’, ‘개마’, ‘구마’, ‘금와’로 발음되거나 표기되었다.)
이번에 발견된 글자는 ‘이사검’ ‘가로되’ ‘왕’이라는 것을 지시한 것이다. (이 무덤의 주인이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밝혀진 바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조그마한 소동이 벌어진 것은 ‘天’의 왼쪽에서 자연적으로 훼손된 흔적인 ‘´’을 사람 손으로 긁은 것으로 잘못 알아 ‘矢’ 자로 읽고, 현대 표기법으로 ‘→’이나 ‘,’로 보아야 할 ▽을 ‘ㅁ’자로 오인해서 天▽曰을 한 글자로 묶어 ‘智’로 합성한 데에 따르는 것이다.
이 칼 또는 칼집에 적힌 글에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소리를 본떠 써왔던 한자를 이 무덤이 쓰일 무렵 뜻을 본떠 쓴 증거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검’(금)으로 썼던 ‘하늘’이 ‘天’으로 바뀌고, ‘이사금’으로 읽던 것을 ‘이사천’으로 표기했다는 것, 그리고 ‘가로되’라는 세 글자가 쓰기에 번거로워 ‘曰’로 쓰이고, ‘이사금’→‘잇검’→‘임금’보다 발음하기도 쓰기도 쉬운 중국 글자 ‘王’이 최고통치자 이름으로 쓰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유리’가 ‘누리’를 가리키는 말이고, ‘이사금’(이사검)이 ‘잇검’, ‘임금’으로 바뀌었다는 어원과 음운의 변화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언어학자’들이 밝힌 바 있으므로 따로 찾아보기 바란다.)
※‘금석학’에도 ‘언어학’에도 ‘조예’가 아예 없는 무지렁이가 하는 말이니,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도 좋겠다. <철학을 다시 쓴다>에서 한 걸음 더 나가 <역사를 다시 쓴다>고 나설 생각은 없으므로…. 다만 때가 되면 <신화를 다시 쓴다>에는 매달려 봄 직도 하다는 뜻은 지니고 있다.
윤구병 농부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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