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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세월호 참사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 박종국

등록 2014-04-30 19:04수정 2014-04-30 20:56

살려 달라 아우성치는 승객들을 외면하고 도망친 세월호 선장과 해운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거세다. 재판에서 사형까지 선고할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점들이 있어 몇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산업안전 분야에 불문율처럼 되어 있는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미국 보험회사 관리감독자였던 H. W. 하인리히는 1931년 수천건의 고객보험 상담을 분석해 “심각한 안전사고 1건이 발생하기 전에 29건의 경미한 사고가 있었고 300건이나 되는 위험요소가 존재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른바 1:29:300 법칙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주들은 사업주의 안전조처 의무는 건너뛰고 항상 ‘근로자들의 불안전한 행동’과 ‘안전불감증’ 운운하며 근로자들의 잘못으로 몰아가려 한다. 그러나 모든 안전사고는 어느 날 우연히 발생하지는 않는다. 반드시 사전에 징후가 곳곳에 있다. 이를테면, 세월호도 평상시에도 급선회를 하거나 화물을 너무 많이 실었을 때 화물이 바닥으로 떨어져 부서진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전국의 모든 선박이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여름철 성수기가 되면 이런 편법 운항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다. 그래서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사업주들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사항을 세세하게 명시해 놓고 있다. 선박안전법에도 이러한 규정들이 세세하게 규정되어 있다.

세월호 선장의 무책임한 행동을 비난하기 전에 주목할 지점이 있다. ‘규제 철폐’랍시고 법을 허술하게 만들어 여객선을 무리하게 3개층이나 증축할 수 있었고, 정해진 화물량을 초과하거나 튼튼하게 묶질 않아 낙하 및 편심 발생의 위험성이 있음에도 항만청은 출항 허가를 내줬다. 선장 휴식 때 1등 항해사가 업무대행 가능(2015년 1월 시행), 자료 제출로 대체한 컨테이너 안전검사(올해 1월 시행), 선장의 안전관리체계 부적합 사항 보고 면제(2013년 6월 시행), 선박 최초 인증심사 때 내부심사 면제(2013년 6월 시행). 이러한 주변 환경들이 세월호 선장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았을까.

정부와 일부 보수언론들은 이번에도 자신들의 문제점을 감추려고 세월호 선장과 그 회사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강한 처벌에 나섰지만 그게 가능할까? 2012년 12월14일 울산 석정호 콘크리트운반선 침몰사고 사례를 보자. 기상악화 속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해 운반선은 전복됐고, 건설노동자 14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법부는 시공회사 대표에게 벌금 2000만원, 하청업체 대표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사법부의 현실이다. 세월호 사업주가 ‘선박안전법’을 위반했다면 최고 형량은 겨우 1년 이하의 징역과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및 과태료가 전부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전국 제철소에서, 조선소에서, 건축 공사장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죽어가고 있다. 기업주는 벌금 몇백만원에 그친다. 누가 감히 “세월호 선장은 더 나쁘고, 직업병으로 노동자가 죽어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사업주는 덜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세월호 선장의 무책임한 행동은 우리 사회의 정치권과 기업의 책임자 등의 리더십 부재라는 사회적 고질병이 낳은 결과가 아닐까? 이번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침착하게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선장의 지시를 어기고 뛰쳐나온 사람들이다. 이제 비슷한 상황이 또 발생하면 어떤 국민이 안전조치 지시를 믿고 따르겠는가? 그래서 그 사회 리더들의 도덕성과 리더십이 중요한 것이다. 그들이 바로 선진국으로 가는 걸림돌이다.

박종국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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