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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이 나라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키워지는가 / 서동진

등록 2014-05-07 19:13

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자전거를 타고 사무실을 오가던 때가 있었다. 개천 옆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는 붙어 있어서 걷던 아이들을 살펴야 했다. 원래 아이들이란 종잡을 수 없게 움직이기 마련이다. 아이들의 방향은 짐작할 수 없다.

그럴 때마다 복면을 쓴 어른 자전거가 지나가면서 소리를 지른다. 까닭없이 아이들은 오금이 저리고 주눅이 들었다. 아이들이 잘못했거나, 잘못하지 않았거나 마찬가지다. 작은 아이들은 말도 못 꺼내고, 좀더 큰 아이들은 연신 죄송하다 했다.

한번은 아이를 추월하기 위해 속도를 내다 불가피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옆에 바짝 붙은 아이가 깜짝 놀라 꾸벅 인사를 했다.

아닌데. 훌쩍 내렸다. 정말 미안하다. 이거 아저씨가 잘못한 거야. 괜찮니? 어리둥절한 아이를 손 흔들어 보냈다.

엄마가 있어도 대개 다르지 않다. 놀란 아이를 일단 나무란다. 자전거란 위험하니까. 엄마의 행동을 납득하지만, 사실 아이는 잘잘못을 알아야 한다. 나는 다시 미안하다, 미안합니다를 연발한다.

혼자 다니는 아이들 편을 들어주는 게 내 몫이 되었다. 소리 높여 어른 자전거에 삿대질한다. 누가 되건 말건. 분명한 어조로 얘기해 준다. 너,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저 아저씨 잘못인 거야.

아이들은 세상의 옳고 그름을 배워야 한다. 아이들은 그 세상에 버티어 서서 자신의 생각이, 행동이 옳고 그른지 판단해야 한다. 나이 든 세상의 말(言)이라고 모두 옳기야 하겠는가. 망가진 세상을 치유하고 지탱하는 틀은 장유유서의 질서나 묵계가 아닐 것이다.

옳은 것에 고개 숙이고, 옳지 않은 것에 항변하라.

저녁때 아이에게 물었다. 너 같으면, 만일 그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했을 거 같니. 조금 기울었을 때, 문 있는 데 가서 상황을 살폈을 거 같아요. 하지만, 방송이 그렇게 나오면 아무래도… 그래도 기울어지면 나가야 하긴 하죠.

어른들의 말에 늘 따라야 하는 건 아니야. 옳은 말만 따라야지. 그런데 옳고 그른 걸 판단하는 일은 오롯이 네 몫인 거야. 그게, 제일 중요한 거란다. 생각해 보니 참 미안하고 부질없는 질문이다. … 아이들은 여전히 남해 바다에 갇혀 있다.

이 나라에선 많은 아이들이 키워진다. 하나의 주어로 아이들이 스스로 크는 것이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충분히 많은 지식을 충분히 이른 나이에 듬뿍 투여하는 대신, 아이들의 물음표는 일찌감치 소진되거나 그나마 생략되기 일쑤리라. 물음표 없이 아이들은 문제를 풀고, 풀고, 또 푼다.

인공지능처럼 똑똑하게, 좋은 자양분으로 키워진 아이들이 그렇게 갇혔다. 아이들의 판단은 생략되었다. 넌 그렇게 크지 마라. 아이한테 그랬다.

마음에 의문부호가 없는 아이는 불행하다.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할 나이에 섣부르게 우르르 모범 답안만을 가르쳐 줬기 때문일까.

서동진 서울시 송파구 잠실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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