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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경마 고객은 잠재적 범죄자인가

등록 2014-07-28 18:39

‘화상경마장은 도박장이다’ 글을 읽고
주말에 골프채를 들고 필드에 나가는 사람과 달리 도심의 장외발매소를 찾아 경마를 하는 사람들은, 그 실재와 상관없이 특정한 이미지로 표상된다. ‘고령의 저학력 저소득층 남성’, ‘사회적 낙오자’, ‘노숙인’ 등이 그것이다. 이 중 가장 극단적인 이미지는 ‘선량한 시민’의 공공 공간을 위협하고 피해를 주는 ‘잠재적 범죄자’라는 관념이다.

최근 이전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신용산 장외발매소를 둘러싼 담론들은 이러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생산’해내고 있다. 반대 단체는 경마 고객 때문에 ‘여학생들의 통학로가 직접 위협받고, 극장 나들이, 장보기 등 일상적 활동이 불안정해진다’고 한다. 이러한 우려에는 경마 고객은 여고생과 같은 ‘거리’를 걸어서는 안 되고, 공공 공간인 ‘극장’과 ‘마트’를 ‘시민’과 공유할 수 없는 ‘비시민적’ 존재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용산 지역 최초의 장외발매소는 1988년부터 존재했다. 2001년까지 운영된 이 장외발매소의 여고와의 거리는 현재 문제 되고 있는 장외발매소보다 더 가까웠다. 그럼에도 이 기간 동안 경마 고객으로 인해 용산 지역에 성범죄나 흉악범죄가 창궐했다는 통계나 사례는 없다. 하지만 반대 쪽에서는 경마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더 정확하게는 이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 것이라는 멸시적 편견으로, 언제든지 사회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경마 고객이 시민들에게 피해를 준 사례가 단 한 번도 없다거나, 피해를 줄 경우 이를 방조하자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반대 쪽이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마 고객의 이미지만을 전략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경마 고객은 ‘다른’ 존재가 아니라 ‘틀린’ 존재로 규정되어 도심 등 공공 공간 밖으로 격리될 것을 강요받고 있다.

‘시민’ 단체는 용산 장외발매소 입장을 시도하는 경마 고객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며 ‘경마할 권리’를 원천적으로 억압해왔다. 이런 행동은 그들이 믿고 있는 바와 달리, 거대한 사회악에 대항하는 정의가 아니다. 막연한 편견과 혐오로 특정 집단을 주류 집단에서 철저히 배척하고 타자화하는 집단적 폭력에 불과하다.

경마를 즐기는 나도 시민이다. 나와 같은 시민 20만명이 주말이면 경마공원과 장외발매소를 찾아 경마를 즐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다른 취향을 가졌다는 이유로 20만명의 경마 인구를 언제든지 ‘주류 시민’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여왕이 경마팬임을 자처하는 영국에는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1만여개의 장외발매소가 있다. 일본 대표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 안에는 오페라하우스를 연상시키는 최고급 장외발매소가 있다. 홍콩 완차이 지역에는 유치원과 한 건물을 쓰는 장외발매소도 있다. 테마파크를 이용하고,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시민’들이 곧 경마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회적 인정이다.

공공 공간으로서 ‘도시의 거리’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잠재적’이 아니라 ‘실질적’이어야 한다.

허대영 전 한국산업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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