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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우리말 지키기’ 교육과 언론 몫이 크다 / 최은

등록 2014-10-08 18:37

국립한글박물관이 설립되고 한글학회가 인촌상을 수상한다고 하는데도 기쁘기는커녕 우울하기만 하다. 수상하게 된 주요 업적이 한글의 국외 보급이라고 하는데,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글과 말이 외국어, 특히 영어의 남용으로 병들고 죽어가고 있으니 참으로 큰 문제가 아닌가?

영어 어휘의 사용은 전문용어와 극소수 일반명사에 국한되더니 이제는 수많은 명사, 형용사, 동사, 전치사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나아가 출판물들에서조차 영어 어휘를 넣은 문장들을 흔히 볼 수 있고 방송에서도 영어를 자랑인 양 섞어 쓰고 있다.

특히 많은 수입 영화의 제목을 <비포 선 라이즈>와 같이 영어로 읽고 한글로 적고 있다. 여성용 잡지들 중에는 토씨 등 일부 어휘를 빼고는 영어투성이로 쓰기도 하고…. 참으로 유치하고 부끄럽다.

광복 이후 일본 통치의 잔재를 지우는 노력의 첫째가 바로 일본말을 우리말로 바꾸는 것이었다. 벤또를 도시락으로, 간즈메를 통조림으로, 사쿠라를 벚꽃으로 바꾸는 데는 참으로 많은 노력과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일본말 없애기의 중심에는 학교와 언론이 자리했었고…. 그런데 오늘날에는 바로 그 교육과 언론 분야가 영어 남용에 앞장서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 아닌가.

말은 한 민족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첫째 요소임으로 우리말을 잃는 것은 우리의 정체, 특히 얼을 잃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외국어 남용에 의한 우리말의 훼손은 다른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유치한 행위이고 크게 보면 반민족적, 반국가적 처사이기도 하다. 우리말을 잃고서 역사와 전통과 문화를 지키고 자랑하면 무엇하나? 또 지켜질 수도 없고…. 그런 상황에서 우리글과 우리말의 국외 보급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국제화 시대에 영어의 사용은 일부 전문인의 경우와 분야들에서는 필요불가결하다. 그러나 영어를 꼭 사용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해야 하는 것과 일반 국민이 우리말을 죽이면서 영어를 무분별하게 남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더 늦기 전에 국민, 사회, 정부가 우리말 지키기, 특히 외국어의 잘못된 사용을 줄이는 데 나서야 할 때다.

최은 수필가·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죽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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