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싹 몰아내는 노래가 있다. 판소리 <춘향가> 가운데 ‘귀곡성’이다. “형장 맞어 죽은 귀신, 난장 맞어 죽은 귀신, 횡사 급사 오사 직사 죽은 귀신 (중략) 이히, 이히이이, 어허허으 흐흐 어.”(박록주 소리, 한성준 북, 1937년 녹음) 그에 못지않게 귀신을 부르는 소리로 통하는 게 가야금 명인 황병기 작곡의 <미궁>(1975)이다. 사람 목소리와 가야금이 어울려 오싹한 화음을 빚어낸다. 허공의 깔깔거림, 깊은 흐느낌과 울음, 길고 긴 신음, 기괴한 현의 떨림, 나무 쪼개는 소리, 나무 치는 소리, 그리고 여성의 음성 “하이얀 와이셔츠에~.” 이 곡의 마지막은 반야심경을 외는 것으로 끝난다. 어쨌든 노래의 결말은 ‘평화’롭다.
<미궁>은 <자시>(1978)와 함께 황병기의 대표적 아방가르드 작품이다. 황병기가 아방가르드에 관심을 둔 건 1950년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듣고 감명을 받으면서부터다. 이후 버르토크나 쇤베르크의 문턱을 넘나들던 황병기는 1968년 미국 뉴욕에서 음악가이자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과 운명적으로 만난다. 두 사람 사이엔 급속하게 우정이 싹텄다. 황병기는 백남준이 감독한 무대에 서기도 했다. 황병기가 가야금을 연주하면, 백남준의 동료 샬럿 무어먼이 비키니를 입고 나와 검은 자루 안에서 구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1986년 황병기는 백남준의 위성 프로젝트 <바이, 바이, 키플링>에 출연하기도 했다. 인공위성을 통한 행위예술로 뉴욕에서는 황병기가, 서울과 도쿄에서는 각기 다른 연주자들이 동시에 합주할 수 있도록 연출한 것이다.
오는 24일 금요일 밤 서울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무대에서 <황병기 작품의 밤>이 열린다. 가야금 독주에서 거문고, 대금 및 노래에 이르기까지 황병기 명인의 다양한 음악세계를 한꺼번에 조명한다. 이 자리에서 황병기의 아방가르드 작품 <자시>를 만날 수 있다. 감각적인 무용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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