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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지율스님 살아서 좋은 세상 맞아요

등록 2006-01-19 21:45

왜냐면
그 길을 걷는 것이 때로는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 있는 것을 죽이는 길이라고 해도 살아서 헤쳐나가야 한다. 쓴눈물을 흘리며 살아 남아야 한다.

17일 지율이 밥을 굶고 누워 있는 모습이 <한겨레>에 실렸다. 120일 가까이 굶고 있다. 눈에 초점이 없고 얼굴이 바짝 말라 뼈만 앙상하다. 몸무게 28.3킬로그램. 의식이 왔다갔다 한다. 동국대 일산병원으로 옮긴 뒤에도 이어서 밥을 굶고 있고 물만 마신다. 나는 스님 얼굴을 보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죽음이 바로 눈앞에 있는 모습을 보니 내 가슴이 시커멓게 탔다.

버스를 타고 있어도 길을 걸어도 일을 하면서도 스님이 살아 있기를 맑은 마음으로 빌었다. 그것밖에 할 수 없는 내가 미웠다. 아니 그토록 스님 목숨을 궁지로 몰아 넣는 세상이 싫었다. 온갖 나라 이익을 앞세우며 돈에 눈먼 사람들이 벌이는 세상을 다 죽이는 일을 막지 못하는 내가 미웠다.

지금 세상은 내가 기쁨을 느끼면 누군가는 슬퍼하며 죽어가는 곳이 되었다. 지구에는 15살이 안 된 아이들 2억5천만 명 넘게 어른들도 하기 힘든 일을 하며 겨우 입에 풀칠을 하며 산다. 하루하루 배고픔과 어른들이 벌인 싸움, 아픔으로 5살이 안 된 아이들 3만 명 넘게 죽어간다. 이렇게 돈에 눈먼 사람들은 어린아이들을 마구 부리고 죽여도 눈도 깜짝 안 한다. 이런 세상에서 내가 편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을 찢는 듯 아프다.

지금은 1년 가운데 가장 추워야 할 1월인데 12월보다 춥지 않다.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지구에 살아 있는 것들이 다 죽을 날도 멀지 않았다. ‘가이아 이론’을 만든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 기후 변화가 스스로 회복하는 데 10만 년이 걸리는 ‘열병’ 단계를 넘어섬으로써 이번 세기에 수십억 명이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율은 그것을 알고 당신 몸을 공양해서 세상을 살리려 한다. 나는 오늘도 따뜻한 밥을 먹으며 그런 현실을 아파할 뿐이고. 하지만 나는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가꾸며 살 것이다. 오래오래 살아서 돈에 눈먼 사람들이 세상을 다 죽이는 것을 두 눈을 부릅뜨고 똑바로 보며 그들이 그 짓을 못하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가난한 이들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뉘우치는 날을 꼭 볼 것이다.

스님이 살아서 그 길에 같이 들었으면 좋겠다. 천천히 하지만 쉼 없이 세상을 살리는 일에 함께 어깨를 겯고 걸었으면 좋겠다. 그 길을 걷는 것이 때로는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 있는 것을 죽이는 길이라고 해도 살아서 헤쳐나가야 한다. 쓴눈물을 흘리며 살아 남아야 한다.

지구 목숨이 귀한 만큼 내 목숨도 귀하다. 자기 목숨을 지키는 것은 바로 지구 목숨을 지키는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목숨을 지키는 일이 가슴 찢어지게 아픈 일이지만 살아서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온갖 꽃들과 나비, 해맑은 아이들이 어울려 뛰노는 그런 세상을 안아 오자. 스님이 쓴 글을 다시 읽어 본다.

이 아름다운 계곡에 빨간 측량 깃대가/ 꽂혀 있는 것을 보았던 순간,// 제 가슴이 느꼈던 진동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무모하게/ 천성산에 목숨을 건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제가 세상의 아름다움에/ 탐닉했던 벌이었고// 저는 그 벌을 피해 다른 세상으로/ 옮겨 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천성산은 제가 사랑한 세상의/ 아픔이었기 때문입니다. (<초록의 공명> 162쪽에서)

은종복/인문사회과학서점 풀무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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