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균 ㅣ 상지대 교수·사학개혁국본 대변인
입시철을 맞이하여 대학가가 들썩이고 있다. 대학 정원보다 입학자원이 적은 초유의 상황 속에서 대학들은 신입생을 충원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지방대는 대학 생존의 위기 속에 전쟁과도 같은 신입생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이 와중에 최근 발표된 고려대학교 종합감사 결과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기고 있다.
지금까지 사학비리는 일부 족벌 사학의 일로 이른바 명문 사학과는 관계없는 일로 치부되어왔다. 그러나 올해 실시된 고려대, 연세대, 홍익대 등의 종합감사 결과 입시부정·회계부정 등의 비리가 적발되었다. 족벌 사학 비리와 별반 다름없는 비리가 자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사학비리가 일부 비리 사학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사학비리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사학비리가 왜 이렇게 만연하게 되었는가? 여기에는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교육부는 대부분 사후약방문식 감사를 실시하였다. 또한 감사 결과 조치에서도 일벌백계가 아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사학비리 근절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비리 사학들을 복귀시키면서, 사학비리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사학비리가 퍼지게 된 배경에는 사학에 대한 왜곡된 인식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많은 사학 운영자들이 사학을 사유물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인식하에 거리낌 없이 사학을 세습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 감사를 받은 고려대의 경우 4대째 세습이 되고 있다. 중등사학의 경우에는 867개 가운데 59%가 세습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해 설립자의 친인척들이 총장 등 대학의 주요 보직을 독점하고 수십년 동안 총장직을 수행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2001년 헌법재판소에서 “사립대학도 국공립대학과 본질적 차이가 없다”며 사학의 자율성보다 공공성을 강조하는 결정을 하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학을 공공재가 아닌 사유물로 인식하는 폐단이 바뀌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교육부는 사학혁신위원회를 신설하여 사학비리 근절을 위한 노력을 하였다. 이를 통해 일부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해내기도 하였지만 중과부적이고 언 발에 오줌 누기이다. 지금은 획기적인 사학비리 근절책과 예방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몇가지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첫째, 전체 대학에 대한 전수 감사를 제안한다. 이미 최근의 감사를 통해 사학비리가 일부 대학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만큼, 전체 대학에 대한 감사를 통해 사학비리의 사례를 정리하고, 예방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전수 감사에 투입될 교육부 인력이 부족하다면 감사원의 협조를 받아서 실시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한도를 벗어난 비리가 적발되었을 경우에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사학비리를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립대학의 경우 자원관리시스템(KORUS·코러스) 운영을 통해 비리를 사전 예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사립대의 경우에도 이에 준하는 시스템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사립대에도 나라의 재원이 지원되고, 사학 또한 이 사회의 공공재라는 점을 상기할 때 코러스에 준하는 시스템의 실시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셋째, 사학혁신을 위한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52번째 국정과제인 공영형 사립대학 정책은 사학혁신을 추동하기 위한 좋은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사학혁신의 핵심은 사학 운영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사학을 공적으로 운영하고 회계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학에 적절한 수준의 지원을 하고, 대학 평가에서 가산점을 주는 방식 등으로 독려한다면, 의미 있는 사학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을 국가 성장의 동력이라고 한다. 국가의 미래가 대학에 달려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대학은 국가의 성장과 미래를 논하기 어려운 민망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사학혁신을 통해 이 위기 국면을 벗어나야 한다. 신속하면서도 책임 있는 정부 정책이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