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시리아전쟁 10년: 전쟁이 당연한 일상으로 기억되지 않도록 / 김동주

등록 2021-03-15 18:50수정 2021-03-16 02:40

김동주 ㅣ 월드비전 국제구호·취약지역사업팀 팀장

3월은 나에게 유난히도 바쁜 달이다. 따뜻한 봄이 시작되기도 하지만, 결혼기념일과 아내의 생일이 있고, 만 3살 딸아이의 생일도 있다. 아이와 많은 곳을 함께 다녔지만 아이가 가장 행복해하던 장소를 뽑으라면 동물원이다. 호랑이, 토끼, 펭귄까지 다양한 동물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미소 짓던 아이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는 동물원을 한번도 가보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 우리에게는 평범하고 당연한 일들이 일상적이지 않은 아이들. 몇년 전, 시리아 난민들이 살고 있는 요르단의 난민촌을 사업 모니터링을 위해 방문한 적이 있다. 한국월드비전은 2016년부터 난민촌에 유치원을 열고, 체육, 미술, 음악 등 교육활동을 통해 난민 아이들의 정서적 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전쟁의 총성을 또렷이 기억하는 아이도 있고 요르단이나 주변국 난민 캠프에서 태어나서 제 나라 시리아를 가보지 못한 아이들도 있다. 슬프지만 난민촌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살고 있는 난민촌이 자기가 경험해본 세상의 전부이다. 여기서는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선생님이 보여주는 책이나 그림 혹은 텔레비전을 통해 캠프 밖 세상을 배운다. 당연히 동물원에도 가본 적 없고, 직접 동물을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져본 적이 없다.

지난 10년간 시리아 내전으로 1300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경제적 수치를 넘어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치료를 받지 못하고 강제적 조혼과 빈곤으로 인해 꿈을 잃은 상황들은 어떤 식으로도 환산할 수 없다. 더욱 슬픈 건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지 10년 동안 약 500만명의 시리아 아이들이 태어났고, 5만5천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특히 2014년 이후 아이들은 사망률은 절반 이상 증가하였고 평균수명은 13년이나 줄었다.

이 숫자들만으로도 시리아 10년 전쟁의 심각성을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 숫자들이 충분히 말해주지 않는 것들이 있다. 딸아이를 키우면서 더욱 뼈저리게 느낀다. 한 생명의 소중함과 한 아이가 펼쳐갈 수 있는 잠재력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 말이다. 모든 아이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시리아 전쟁 상황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기회를 잃은 것이다.

500만명의 아이들 가운데 내 아이가 있고, 5만5천명의 아이들 가운데 내 조카와 동생이 있다면 우리는 어떤 마음일까? 전쟁이 빼앗은 아이들의 일상과 유년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우리의 상상 이상일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이 전쟁이 지속되는 것을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한다.

그리고 시리아 아이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이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 노력은 어렵지 않다. 시리아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한국월드비전은 전쟁으로 고통받는 시리아 아이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전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하는 청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시리아의 아이들을 향한 마음들이 모여 분명 변화를 만들 것이라 믿는다. 전쟁이 아이들에게 당연한 일상으로 기억되지 않도록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 믿음에 동참해주기를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