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종 ㅣ 제주 성산읍 신산리 주민
2월15~17일 실시했던 제주 제2공항 여론조사는 제주도와 도의회가 수개월간 룰을 조정하며 진통 끝에 이뤄낸 갈등 회복의 출발점이었다. 그래서 도민들이 정해진 룰 안에서 한 달여 동안 치열하게 여론조사 동참 호소와 찬성 내지 반대 운동을 했던 것이다.
여론조사를 위임받은 두 기관 결과에 편차가 있었지만(ㄱ사 7%p, ㄴ사 3%p), 모두 반대 의견이 우세했으며 평균 5%포인트 차이 이상으로 제주도민들은 제2공항 중단을 요구했다.
그런데 원희룡 제주지사가 여론조사 결과를 부정하며 도민 여론에 반하는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이럴 거면 제주도와 도의회는 왜 수차례 티브이(TV) 토론을 하고, 문구 하나까지 합의한 것인지, 도민의 의견을 존중하겠단 발언은 왜 한 것인지 의문이다.
원 지사가 제2공항 강행을 요구하며 제시했던 근거는 설득력이 없다. 원 지사는 여론조사 결과를 “전체 도민 여론의 특징은 제2공항 인근 지역은 찬성한 반면, 공항에서 먼 지역은 반대가 우세하다는 점”이라고 지역적 특징만 강조하며 반대가 5% 이상 높은 여론조사 결과는 애써 외면했다.
지역 분포보다 제주도민 전체 의견 흐름이 중요하다. 제2공항이 처음 발표된 2015년 말 <케이비에스>(KBS) 여론조사 결과는 이번과 정반대였다. 전체 도민 중 71.1%가 찬성했고, 반대는 28.9%뿐이었다. 5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왜 찬성 의견이 40%대로 떨어지게 됐는지를 살피지 못하고 민의를 왜곡하는 제주도의 행위가 민망하다.
5년간 제2공항 추진 과정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제주도를 둘러싼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광 총량이 크게 감소했고, 여행 패턴이 바뀌었다. 코로나19가 끝나도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전세계 관광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날로 심해지는 인구감소로 2060년에는 대한민국 인구가 3천만명으로 반토막 난다는 연구 결과(한국경제연구원)도 나온다. 제주 여행객의 90%가 내국인인데, 변수에 대한 검토가 부실했던 제2공항이 도민에게 외면받은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 밖에도 제주도의 환경수용성 문제, 기후위기로 인해 비행기 여행을 자제하는 세계적 흐름 등 제2공항에 부정적인 이유가 점점 늘어났기에 제2공항 반대 기류는 대세가 되었다.
여론조사 결과에 불복하는 이유로 원 지사가 제시한 ‘피해지역인 성산읍민 여론 운운’은 더욱 어이가 없다. 성산읍 14개 마을 중 항공소음 등 제2공항 피해 예상 마을은 신산리, 난산리, 온평리, 수산1리 등 4개 마을이고 나머지 10개 마을은 제주도의 장밋빛 홍보대로라면 수혜지역으로 간주된다. 피해지역 주민의 의견이 정말 중요했다면 피해 예정 부지 4개 마을 주민의 의견을 물어야 할 일이지, 수혜지역을 포함한 성산읍 전체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갈등을 조장할 일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성산읍 500명 별도 여론조사는 제주도가 여론조사에서 패했을 경우 불복하기 위한 꼼수라고 주민들은 인식한다. 논리도 허술하고 접근 자세가 허접하다.
원 지사가 약속을 어기고 공론조사 결과에 불복한 사례는 2018년 12월 영리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그때도 공론조사위원회가 수개월의 숙의 과정을 거쳐 영리병원인 녹지병원 불허를 결정, 권고했지만 원 지사는 약속을 어기고 영리병원을 허가했다.
번번이 도민들의 결정을 뒤집고 원칙을 어긴다면 제주 지역사회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이라면 선거에 패배한 후보가 지역 간 편중과 몰표를 이유로 불복을 해도 할 말이 없는 일이다.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다.
원 지사의 도민 여론 불복으로 이젠 공이 정부로 넘어갔다. 정부와 민주당은 원 지사의 궤변에 현혹되지 말고 도민들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 다수 도민의 의견에 따라 제2공항 중단을 선언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원 지사가 쏘아 올린 여론조사 불복 국면을 빨리 마무리하고 제2공항이 아니라 상생의 대안을 제시하기를 촉구하며, 5년간의 힘겨웠던 제2공항 논쟁이 하루빨리 마무리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