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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국토관리의 혁명적 전환 해야 / 이석행

등록 2021-03-29 19:30수정 2021-03-30 02:40

부동산 적폐의 과거와 미래 사이

이석행 ㅣ 한국YMCA전국연맹 사회교육정책위원장

공기업 직원들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땅투기 비리 의혹이 정부, 지방자치단체, 국회 등으로 확산되면서 전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에 수십년 묵은 비리의 근원과 부정한 사슬이 제거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크다. 문제의 발원이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전국의 토지와 주택 그리고 도시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일을 정부로부터 위임받아 실행하는 공기업으로 주무기관은 국토교통부다. 기업조직의 생리는 끊임없이 존재 이유를 찾아내고 계획하며 이를 통해 조직을 발전시키고 진화해가는 근성에서 출발한다. 애초에 국토의 보존이나 자연유산을 후세대에 물려주는 개념보다는 개발과 수익 창출에 방점을 두는 조직으로 설계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비단 한두해만 해당되는 문제이거나 이들 조직만의 문제도 아닐 것이라는 점을 국민은 이미 알고 있다. 그들끼리의 견고한 카르텔을 이겨내기가 역부족인 까닭에 포기하고 살아갈 뿐인 것이다. 이 외에도 각종 개발, 재개발, 재건축 조합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관행과 비리는 또 어떠한가, 이런 허점투성이의 실태들을 좀 성의껏 들여다보거나 그들끼리의 음습한 카르텔을 바로잡는 시스템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에 80만호 규모의 대규모 신규주택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과 수도권 근교에 조금씩이라도 남아 있는 개나리길이나 코스모스길조차 없어진다 생각하니 벌써부터 공허하고 허탈한 느낌이 든다. 이미 집값은 웬만한 소득이 있는 사람 말고는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뛰어올라 부동산 자산 양극화는 더 커진 상태에서 이와 같은 대규모 개발 계획은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고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 것인지 와닿지 않는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주택 수가 2100만호를 훌쩍 넘으면서 가구 수 대비 주택 수를 나타내는 주택보급률도 1990년대 70% 수준에서 2019년 기준 104.8%로 가파르게 증가되었다. 물론 수도권(99.2%)이나 서울(96%)은 아직 못 미치지만 이는 인구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현상이고,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1가구 1주택을 넘어선 수치다. 핵가족 시대, 늘어나는 1~2인가구 추세를 고려하더라도 통계적으로는 주택 보급이 포화 수준이거나 그에 근접해 있는 것이다.

좀 근본적으로 보면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 가임여성 한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합계출산율)는 0.84명으로 몇년째 한명 이하로 줄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8년 기준) 회원국 평균치(1.63명)의 절반 수준이다. 동시에 고령화 사회로 진행되다 보니 올해 초 정부는 우리나라 인구가 작년 말 기준 사상 처음으로 2만명 이상이 감소된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인구는 줄고 주택보급률은 포화치에 다다른 상황이라면 신도시 개발보다는 기존의 택지를 중심으로 계획한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지 원점에서 차분히 따져볼 때다. 그린벨트까지 들먹거리는 대규모의 신도시 개발은 그 방향의 올바름이나 실현 여부를 따지기 전에 전 국토를 80년대 개발 시대로 착각하는 철 지난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핵심 정책이라 할 수 있는 그린뉴딜 정신과도 상반되는 정책이자 반환경 시대로 가는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미 녹슨 쟁기인 것이다.

시대의 요구를 거스를 수는 없다. 대다수의 국민이 박탈감을 갖지 않도록 비리에 연루된 개인과 조직을 발본색원하는 일 못지않게 법 제도와 운영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이고 혁명적인 구조 전환이 요구된다. 준시장형 공기업이면서 각종 개발정보를 독점할 수밖에 없는 엘에이치는 조정 뒤 정부 정책부서로 전환하는 것이 옳다. 환경보다는 국토개발에 방점을 둔 국토교통부 또한 환경을 중시하는 국토관리가 실현될 수 있도록 그 명칭부터 바꾸고, 환경전문가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결단이 필요한 때다. 환경은 우리와 후손들이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성장동력이 되고 미래세대가 열어볼 타임캡슐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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