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환ㅣ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우리나라 최초의 지방선거는 6·25 전쟁 중이던 1952년 4월25일이었다. 민주적 정치체제가 정착되기 전이기도 했거니와 전쟁 중에 치른 선거였던 만큼 다소의 부족함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한 풀뿌리 정신은 크고 작은 역사의 부침 속에서도 수많은 선거를 거치며 한걸음씩 이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이와 같이 선거는 민주주의를 향한 점진적이고 정치적인 과정으로서 의미가 있다.
선거가 정치적인 과정으로 중요한 이유는 주권자가 직접 참여하여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함으로써 선거 결과가 사회적으로 합의되고 신뢰와 정당성을 얻기 때문이다. 선거는 국가의 시민의식 수준과 민주주의의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선거는 소속된 기관·단체와 정치적 이해관계 등이 다른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되기에 일부 특정 세력의 의지로 선거부정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해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의 경우 32만여명의 선거관리 인력과 18만명의 참관인들이 투·개표 현장에 있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일에 세상을 속일 수는 없다.
그래서 선거부정에 대한 일각의 의혹 제기는 안타깝다. 한편 우리 선거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일에 선관위의 무한한 책임을 통감하기도 한다. 선거 절차를 더욱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개표참관인 제도와 같이 선거 과정에 국민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안을 마련하는 일 등은 민주주의 성숙기를 맞은 대한민국 사회가 선관위에 요구하는 시대적 사명임을 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민주주의를 일으켰던 우리나라는 올해 초 발표된 ‘2020 민주주의 지수’에서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방역 선거를 통해 유권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선거를 완벽히 관리하여 세계 주요 외신으로부터 코로나 시대 선거의 모범 국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의 성공적 선거 방역 경험을 담은 ‘코로나19 대응 선거관리 매뉴얼’은 국제기구와 각국의 선거관리기관으로 전파되었다. 사전투표, 거소투표, 재외·선상투표 제도 등 유권자의 선거권 행사를 돕기 위한 다양한 선거제도 또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발전상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선거권 보장을 위해 마련한 다양한 제도들도 유권자가 관심을 갖고 선거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면 허망한 일이 될 것이다. 또한 유권자를 가장 잘 대표할 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의 진정한 의미일 수 있다.
서울·부산 등 21곳의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이번 4·7 재보궐선거(사전투표는 2~3일)가 다시 한번 우리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발전된 선거문화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저마다의 간절한 바람을 담은 소중한 한 표로 대한민국의 희망을 꽃피우는 아름다운 선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