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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불법’ 의료행위에 내몰린 간호사들의 눈물

등록 2021-05-24 17:22수정 2021-05-25 02:06

[왜냐면]  강연배 ㅣ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선전홍보실장

지난 12일 국제간호사의 날에 4명의 간호사가 병원 현장에 대해 증언하는 자리가 있었다. 같은 옷을 입고 동물탈로 얼굴을 가리고 그들이 말한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주로 피에이(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인력) 간호사라고 불리는 이들이 병원 현장에서 의사를 대신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는 증언이었다.

간호사들이 의사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하여 컴퓨터에 접속하고 의사를 대신하여 처방전을 입력하는가 하면 시술, 처치, 검사, 수술을 대신하고 있다. 수술 부위를 봉합하는 일은 물론이고 심지어 담낭이나 위장을 직접 절개하는 수술까지도 의사를 대신해 직접 진행한 사례가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환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일이지만 지금도 수많은 병원에서 날마다 벌어지는 일이다.

이러한 피에이 간호사는 전국적으로 1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짐작된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 교육부가 제출한 ‘국립대병원 의료지원인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에서만 897명의 피에이 간호사가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지난해 보건의료노조가 8개 대학병원을 심층조사한 결과 피에이 간호사는 717명이었다. 기관당 평균 90여명에 이르는 수다.

의사 업무를 대신해야 하는 간호사들은 불안감에 떨어야 한다. 그러나 위계적인 병원 안에서 간호사들이 이런 지시를 거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의사단체가 간호사들의 대리처방 문제를 형사고발한 사례가 있고 검찰이 대형병원들을 압수수색하는 일도 있었다. 부족한 의사를 대신하여 간호사들은 불법적인 일에 내몰리고 있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간호사들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피에이는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며 이들에게 별도 교육과 인증프로그램을 거쳐 정식으로 업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무런 법적 규정이 없고 교육과정도 없는 임의제도로 배운 적도 없는 의사의 업무를 간호사가 하고 있는 실정이다. 1980년대 시작된 이래 매년 증가하는 추세고 근래 전공의들의 장시간 근무를 법으로 규제하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간호사 면허를 가진 사람은 41만여명, 이 중에서 절반 정도만 의료기관이나 보건소 등에서 일한다. 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절반 수준으로 적다. 인구 1천명당 활동간호사 수가 오이시디 국가 평균은 6.5명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3.5명에 불과하다. 임상에서 일하는 활동간호사 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런데 가뜩이나 부족한 간호사들이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며 의사들의 공백까지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하루하루 힘들게 일하지만 내가 한 일은 어떠한 기록에도 남지 않는다. 마치 투명인간 같다. 불법 의료행위라는 불안감에서 벗어나 사명감을 가진 간호사로 살고 싶다”는 눈물 어린 절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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