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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코로나 민생지원, 보편-선별을 뛰어넘어야

등록 2021-06-09 18:44수정 2021-06-10 02:38

[왜냐면] 이태수ㅣ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잔인한 시간이다. 누군가의 말대로 ‘눈물의 계곡’을 건너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민생의 위기를 놓고 하는 말이다.

벌써 만 17개월째다. 처음엔 기껏해야 서너달이면 끝날 것 같았던 사태가 벌써 3차 대유행을 겪었고, 여전히 살얼음 위를 걷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폭발적으로 높아지고 연말까지 1억9000만명에게 접종할 물량이 확보되어 백신 효과가 충분히 나타난다면 경기회복과 민생회복에 성공할 것이라고 예견하지만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풀은 바람보다 일찍 눕고 늦게 일어서듯 모두가 동일하게 회복되지는 않는다.

지난달 통계청에서 올해 일사분기의 가계동향조사를 발표했다. 전년동기 대비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모두 줄었지만 공적 이전소득의 증가로 가처분소득은 약간 상승하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첫째, 소득 하위 20%(1분위)와 상위 20%(5분위)의 근로소득 감소 비율이 높았고, 둘째, 중산층인 3분위와 4분위의 사업소득 감소가 뚜렷하였다. 셋째, 총소득 감소를 막은 공적 이전소득의 비중이 1분위는 무려 47.9%이며, 2분위도 22.1%, 중산층인 3·4분위도 10%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하위계층은 말할 것도 없이 중산층의 경우도 전체 소득의 10~20%를 차지한 공적 이전소득이 버팀목 구실을 하였다. 정부의 존재 이유를 웅변해준다 하겠다.

그간 문재인 정부 들어 지속된 복지정책의 확대가 주효했다. 아동수당과 국민취업준비금제 도입,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 인상, 실업급여율 인상과 기간 확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제 기준 완화 등 현금급여와 문케어 등 현물급여를 통해 가계소득을 보전해왔다. 추가로 네차례에 걸친 재난지원금의 효과가 더해졌기에 전체 소득이 감소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자위할 수 없다. 먼저 분위별 평균값으로는 볼 수 없는 고통 속 가구가 많다. 평균이 전년동기 대비 0.4% 늘었다는 것은 업종별, 고용형태별, 직종별, 가구특성별로 그 안에서 소득감소의 충격을 벗지 못한 민초들이 여전히 많음을 의미한다. 이는 결코 하위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산층을 자처한 많은 이들에게도 적용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모두 대규모 5차 재난지원을 논하고 있다. 예의 보편이냐 선별이냐의 논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분법적 접근은 불필요하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의 위기로 인해 소득이 격감하고 생계가 어려워진 이들이면 누구나 소득보전과 돌봄공백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보편주의에 깔린 사회권의 발현이며, 선별주의에 깔린 경제적 효과성의 구현이다.

마침 국세청은 실시간 소득파악 시스템 구축을 준비해왔고, 세법 개정으로 일용직, 특고, 프리랜서의 사업소득 신고가 의무화되었다. 이 통계를 이용할 수 있는 9월 정도부터 올해 12월까지 소득이 격감된 이들이나 가구라면 신고 없이도 소득지원이 가능하다. 신청을 해야만 하고 자산조사를 하는 동안의 행정력과 기다림의 부담을 떨칠 수 있다. 이를 기초로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적어도 연말까지 연속적 지원의 길을 열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대책의 구현을 위해선 몇가지 장애요인이 있지만 코로나 민생위기 타개를 위해 정치권과 정부가 못할 일은 없다.

전국민 지원을 통해 소비 진작을 하는 방법도 효과가 없지 않다. 따라서 대규모 추경이라면 두 방식을 모두 활용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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