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개 사과’ 논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윤 전 총장의 반려견에게 건네진 ‘인도 사과’가 사실은 ‘인디애나 사과’라는 반전이다.
1870년대 일본에 머물던 미국 인디애나주 출신 선교사 존 잉이 고향에서 많이 재배했던 ‘골든 딜리셔스’ 품종을 전파했다. 일본인들이 인디애나를 인도로 약칭한 게 굳어져, 노란색 ‘골든 딜리셔스’가 ‘인도 사과’라는 이름으로 한국에도 전해졌다고 한다. 품종명을 따 ‘골덴’, ‘고리뗑’으로도 불렸던 인도 사과는 1980년대 이후 점점 ‘부사’ 품종에 밀려 사라진 품종이 됐다. 지금 ‘인도 사과’로 팔리는 품종은 일본에서 1990년대에 골든 딜리셔스와 또 다른 품종을 교배해 만든 ‘시나노 골드’이다.
‘인도 사과’에 담긴 반전은 알게 됐지만, 정작 ‘개 사과’ 논란의 본질과 관련된 미스터리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가 ‘개 사과’ 에스엔에스(SNS) 게재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하는 문제다.
윤 전 총장 해명은 ‘제 처가 개를 데리고 집 근처 사무실로 갔고, 직원이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파생되는 의문점들은 풀리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사무실이 집 주변의 캠프 에스엔에스팀 사무실인지, 윤 전 총장 아파트와 같은 건물에 있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인지 분명하지 않다. 일각에선 김건희씨가 에스엔에스 운영을 책임지고 있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에스엔에스팀 사무실로 써온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캠프에서는 에스엔에스에 접근할 권한 자체를 갖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유력 대선주자의 주요 선거운동 플랫폼인 에스엔에스 운영을, 가족이 캠프와 공적 연계 없이 사적으로 좌우하느냐 여부는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공식 직함도 없는 김씨가 에스엔에스를 ‘비선 운영’ 해온 게 사실이라면, ‘개 사과’ 논란을 야기한 책임 또한 피해 가지 못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4일 ‘촬영 장소가 김씨 사무실이냐’는 기자 질문에 “집이든 어떤 사무실이든 그게 중요한가”라며 “제 처는 다른 후보 가족들처럼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아서 오해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문서답’으로는 김씨 관여 논란을 진화하기는커녕 의혹만 더욱 부풀릴 뿐이다.
손원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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