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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일본 총선, 한국 대선

등록 2021-11-01 18:08수정 2021-11-02 02:34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31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 결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31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 결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세상읽기] 이강국ㅣ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 31일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단독으로 국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절대 안정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

이번 선거에서 쟁점은 역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과 함께 어려운 민생을 살리기 위한 경제정책이었다. 각 당은 힘들어진 시민들의 살림살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두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2013년 이후 아베노믹스 시기 경기가 약간 회복되고 고용도 늘었지만 정작 민생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질임금은 최근 8년 동안 6년이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아베노믹스 이전보다도 낮아졌다. 또한 코로나19에 대응하여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16.5%에 달하는 재정확장을 실시했지만 경제회복은 느리고 총수요도 정체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배경으로, 최근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강조하며 새로운 자본주의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청업체나 의료, 보육, 요양 부문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여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나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중산층을 두껍게 만들고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기 위해 임금을 인상하는 기업에 세제 지원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한 지방세를 포함한 소득세 최고세율이 55%인 데 반해, 주식거래나 이자로부터 얻는 금융소득은 분리과세되며 세율이 20%로 낮으니 금융소득세를 인상하여 불평등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소득 비중이 높은 부자들은 실제 소득 대비 세금으로 측정되는 소득세 실효세율이 연소득 1억엔까지 높아지다가 그 수준을 넘으면 오히려 점점 낮아지는데, 그 ‘1억엔의 벽’을 깨겠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분배를 강조하는 변화는 2016년 이후 2단계 아베노믹스에서부터 강조되었고, 아베 정부도 2019년 이후 무상보육과 무상교육,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의 개선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분배 없이는 성장도 없다며 실질임금 감소와 증세로 가처분소득이 감소하여 소비가 정체되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 당은 연봉 천만엔까지 한시적인 소득세 및 소비세 감세 그리고 저소득층에게 연 12만엔의 급부금 지급을 약속했다. 또한 의료, 요양, 양육, 교육 등 기본서비스를 확대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며 정규직 확대를 위해 파견법을 개정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특히 야당들은 아베노믹스의 금융 완화로 기업의 이윤은 계속 증가했지만, 정부가 소비세를 인상하고 법인세는 계속 인하하여 소비세 증세가 법인세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를 메꾸는 데 들어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입헌민주당은 부자와 대기업의 실효세 부담이 낮은 현실을 개혁하기 위해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하고 법인세도 누진세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다시 자민당을 선택했지만 현실에서 얼마나 분배가 개선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기시다 총리의 금융소득세율 인상 계획은 발표 직후 주식시장이 하락하고 거센 비판이 제기되자 후퇴하고 말았다. 야당들은 후보단일화로 맞섰지만 결과는 기대에 비해 실망스러웠다.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역시 노동자의 힘 강화와 시민들의 정치적 압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소득분배와 임금 상승 문제가 이번 선거에서 쟁점이 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바다 건너 한국도 대선이 몇달 앞으로 다가왔다. 흔히 한국의 민주주의와 정치가 일본에 비해 더욱 역동적이고 수준이 높다고 이야기된다. 그래서 일본은 일당 지배와 사회·경제의 정체가 이어지는 반면에 한국은 정권이 교대되고 경제 성과가 나은지도 모른다. 실제로 투표율과 법과 규제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 정도로 측정되는 시민들의 정치참여 지수도 선진국들 중 일본이 가장 낮고 한국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 뉴스를 보면 여당도 야당도 상대방 후보의 의혹에 대한 공격에 집중하는 듯하다. 후보들의 대표적인 공약은 뚜렷하지 않으며 이를 둘러싼 공방도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의원내각제인 일본과 달리 대통령을 뽑는 한국의 선거는 후보 개인에 대한 검증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일은 후보들이 어떻게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 것인지 비전과 공약으로 경쟁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뜻을 모으는 것이다. 길지 않은 4개월 동안 뜨겁고 생산적인 논쟁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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