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세상읽기] 당신이 더 오래 산다

등록 2022-02-24 15:12수정 2022-02-25 02:32

20대 대통령 선거 재외투표 첫날인 지난 23일 이집트 카이로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20대 대통령 선거 재외투표 첫날인 지난 23일 이집트 카이로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서복경 | 더가능연구소 대표

어제 20대 대통령 선거 공보물이 도착했고, 다음주 금·토요일(3월4~5일)은 사전투표일이다. 이번 대선은 특히 젊은 유권자들에게 어려운 선거다. 18~29살 시민들의 투표 의지가 지난 선거에 비해 낮다는 조사결과들도 속속 공표되고 있다. 하지만 판단이 어렵고 선택의 구도가 썩 마음에 차지 않아도 꼭 투표하기를 바란다. 이번 선택이 좌우할 미래가 나보다 당신들에게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신들이 나보다 더 오래 살아가야 할 테니 말이다.

선거 때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전 같은 시기에 세차례에 걸쳐 투표의향 조사를 한다. 지난 7~8일 이번 대선 1차 조사가 있었다. 30대 이상 모든 연령층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지난 대선과 비슷하거나 높아졌는데, 18~29살 연령층에서만 84.2%에서 66.4%로 크게 낮아졌다. 같은 조사에서 선거 관심도도 18~29살 유권자층에서만 유의하게 떨어졌다. 이번 대선만큼 ‘청년’이 많이 호명되고 주요 후보들의 공약집에 ‘청년’ 관련 공약의 수가 많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왜 관심과 투표의향은 더 낮을까?

지난 1월26일(1차)과 2월12일(2차) 두차례에 걸쳐 다양하게 구성된 20대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번 대선에 관한 집단면접조사를 진행했다. 두 면접조사 참여자는 같은 사람이었다. 1차 조사에서 참여자 전원은 선거에 관심이 매우 많거나 많은 편이라고 했고, 티브이(TV)토론을 꼭 챙겨 보겠다고 했으며,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2차 조사에서는 1명을 제외하고 관심이 떨어졌으며, 티브이토론에 대한 기대도 낮아졌고, 투표 의지도 낮아진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처음부터 투표 의지가 낮았던 게 아니라 캠페인이 진행되면서 낮아졌다는 것이다. 왜일까?

‘역대급 비호감 대선’ 등은 답이 될 수 없다. 젊은 시민들만 특별히 감정적 판단을 앞세운다는 비합리적 가설을 주장할 게 아니라면, 다른 연령층에서도 투표 의지가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선거가 특히 젊은 유권자들에게 어려운 선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는 쟁점이 많고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량이 과거 대선에 비해 훨씬 늘었다.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쟁점이 너무 많고, 쟁점마다 필요로 하는 정보는 전문적이라 접근이 쉽지 않다.

과거 대선에서는 ‘747’, ‘줄푸세’, ‘사람이 먼저다’ 등의 상징적이거나 추상적인 구호를 중심으로 캠페인이 진행되었다. 반면 이번 대선에서는 비전을 압축하는 거시적 구호는 눈에 띄지 않고 쟁점은 구체적이고 어렵다. 예컨대 법인세, 상속세 정도 수준에서 논의되던 조세정책도 주식거래세, 주식양도세, 국토보유세 등 훨씬 세분화되었다. 게다가 알이100(RE100), 이유 택소노미(EU taxonomy), 소형원자로(SMR) 등 기후나 에너지 분야의 익숙하지 않은 의제들도 빈발한다. 이번 대선 캠페인이 이렇게 된 데는 후보들의 역량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당면한 의제들이 과거보다 훨씬 거대하고 복잡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연히 이런 어려움은 젊은 시민들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정당이나 이념 등의 잣대를 활용하는 데 익숙해진 기성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의 차이는 크다. 개별 시민들이 국가운영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알 필요는 없다. 이럴 때는 특히 관심 가는 정책을 선별하여 기준으로 삼거나 정당, 이념을 대체재로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평소 신뢰하던 정당이나 정치인의 입장을 근거로 삼는 것은 정당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젊은 시민들일수록 일체감을 갖는 정당이 없고 이런 방식의 선택에도 익숙하지 않다. 그렇다고 하나하나 따져보기에는 너무 많은 정보가 필요하고 정보가 있어도 판단이 어렵다.

그래도 선택을 포기하지 말기 바란다. 지금 자신이나 한국 사회에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이슈 몇개만 놓고 선택을 할 수도 있고, 약간이라도 더 신뢰할 만한 정당이나 정치인을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고, 믿을 만한 친구나 커뮤니티 판단을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다. 선택 대상은 누구라도 좋다. 당신이 더 오래 살아가야 할 미래를 선택하는 데 나의 표가 과대대표되지 않기를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