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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대통령 오른팔이 검찰 요직에, 그게 정상인가

등록 2022-04-07 15:38수정 2022-04-07 20:00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그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 한겨레 자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그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 한겨레 자료

박용현 | 논설위원

‘검언유착’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온 한동훈 검사장이 6일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증거 불충분이라는데, 핵심 증거물이라 할 수 있는 한 검사장의 아이폰은 비밀번호도 풀지 못한 상태다. 검찰은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휴대전화 잠금해제 시도가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건관계인(한 검사장)의 불안정한 지위”를 걱정했다. 휴대전화에 대한 조사 없이 무혐의 결론을 내는 게 적절한지도 의문이지만, 이번 결정에 주목하는 또다른 이유는 ‘불안정한 지위’를 벗은 한 검사장의 이후 행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이미 선거운동 기간에 한 검사장을 중용할 뜻을 밝혔다. 벌써부터 한 검사장이 핵심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수원지검장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떠돈다. 서울중앙지검은 현재 윤 당선자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전국 최대 검찰청으로, 앞으로도 정국에 영향을 미칠 주요 사건들을 다루게 될 것이다. 수원지검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관련한 고소·고발 사건을 맡고 있다. 산하의 안양지청이 법무부·공수처 관련 사건을 관할하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가 벌어질 가능성이 큰 곳이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넓히려는 윤 당선자의 공약이 현실화한다면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들에 대한 검찰의 장악력은 더욱 커질 것이고, 이는 서울중앙지검이나 수원지검에 국한되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검사장을 비롯한 이른바 ‘윤석열 라인’ 검사들이 요직에 포진하는 게 정상적인 일인가.

만약 어느 대통령이 자신의 복심과 같은 측근을 법무부 장관에 앉히고 이 장관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사사건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며 개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나라가 뒤집어질 것이다. 그런데 윤 당선자의 측근 검사들이 검찰 요직을 차지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수사를 지휘한다면 실질적으로 하등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된다. 오히려 법무부 장관과 수사지휘권 발동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외피를 쓰지 않고도 대통령의 뜻이 얼마든지 관철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다.

이런 비유가 가능한 것은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검찰총장이 정치로 직행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 원칙은 타격을 받았고, 그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정권과 검찰의 관계는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사태를 맞았다. 정권과 검찰 일반의 관계에서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이 지켜질 것이란 신뢰가 현저히 침식당했을 뿐만 아니라 검찰 내 윤석열 라인의 존재로 인해 정권과 개별 검사의 관계 또한 전에 없이 밀착의 우려가 커진 것이다.

검찰총장 시절 윤 당선자는 인사에서 측근들을 노골적으로 챙겨 검찰 안에서조차 반감을 샀다. 윤 당선자는 검언유착 의혹을 받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수사를 방해하다 징계를 당하기까지 했다. 법과 원칙보다 앞서는 끈끈한 관계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검언유착 사건이 불거졌을 때 한 검사장은 김건희씨와 수백차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김씨의 ‘7시간 통화 녹취파일’에는 그가 한 검사장을 ‘한동훈이’라고 칭하는 대목까지 나온다.

이제 한 검사장을 비롯한 윤석열 라인 검사들의 중용은 검사로서의 능력 등 일반적 인사 기준을 근거로 한 설명으로는 도저히 해소될 수 없는 원천적 의구심을 낳게 됐다. 자기 사람을 통한 검찰 장악 속에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은 절멸하지 않을까.

예단을 할 게 아니라 이들이 중용된 뒤 실제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보며 판단해야 하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법적 정의는 실현돼야 할 뿐 아니라 외관상 실현되고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유럽연합의 로마헌장 제6조는 “검사는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하며 그렇게 ‘보이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이 원칙을 상기시키고 있다. 검찰청법이 현직 검사의 대통령비서실 파견을 금지하고 퇴직한 검사도 1년 이내에는 대통령비서실에 임용되지 못하도록 한 것도 이 원칙에 따라 대통령-검찰의 외관상 연결고리를 차단한 것이다.

윤 당선자의 측근 검사들이 요직을 차지할 경우 그것은 누가 봐도 ‘대통령-검찰 친정체제’다. 이들은 요직에서 배제돼야 한다. 개인으로선 억울하달지 모르나, 모두 윤 당선자가 초래한 일이다.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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