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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패통탄 인기가 말해주는 것들

등록 2022-10-06 18:11수정 2022-10-07 02:40

패통탄 친나왓이 지난 4월 타이 방콕에서 열린 프아타이당 행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패통탄 친나왓이 지난 4월 타이 방콕에서 열린 프아타이당 행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코즈모폴리턴] 조기원 | 국제뉴스팀장

탁신 친나왓 전 총리만큼 타이(태국) 현대정치에 짙은 그림자를 남긴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다. 2006년 쿠데타로 쫓겨난 뒤에도 매제인 솜차이 웡사왓(2008년 9~12월) 그리고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2011년 8월~2014년 5월)이 총리에 올랐다. 그리고 이번에는 올해 36살인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이 총리 도전 움직임을 보인다.

타이 국립개발행정연구원(NIDA)이 지난달 15~21일 전국 2500명을 대상으로 차기 총리에 적합한 인물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패통탄은 21.6%로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24%)였고, 2014년 쿠데타를 주도했던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를 꼽은 이는 10.1%에 그쳤다.

패통탄의 인기는 탁신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 패통탄은 지난해 10월 탁신이 만든 타이락타이당의 후신인 프아타이당의 ‘참여 및 혁신 자문’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전까지 정치와 관련된 활동이나 공직경력은 없다. 올해 3월 프아타이당은 지지층이 많은 동북부 이산 지역 우돈타니에서 행사를 열어 총선 캠페인인 ‘프아타이 패밀리’ 책임자로 패통탄을 지명했다. 패통탄은 이때 처음 대형 대중행사에 모습을 드러내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 급격히 떠올랐다. 타이 영어신문 <방콕 포스트>도 패통탄을 프아타이당의 실질적 대표로 묘사한다. 패통탄도 자신이 탁신의 딸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타이 현지 언론은 패통탄은 이산 지역 우본라차타니를 방문해 “아버지는 언제나 자신은 다른 많은 이들처럼 기회를 박탈당한 시골 소년이었다고 말했다. 지방 사람들은 큰 잠재력이 있다. 나는 왜 이들이 여전히 가난한지 의문스럽다”며 탁신 향수를 자극했다고 전했다.

탁신 전 총리는 재임 시절 누구나 30밧(약 1100원)을 내면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이른바 ‘30밧 의료보험’ 제도 도입 등으로 지방 농민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자신과 가족이 지분을 보유한 통신재벌 친 그룹의 지주회사 ‘친 코퍼레이션’의 지분 49.5%를 2006년 싱가포르 국영투자기구 테마섹홀딩스에 매각하면서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부패 의혹을 받는 정치인인 셈이다. 결국 탁신 전 총리 실각 뒤 탁신을 지지하는 지방 농민을 중심으로 한 ‘레드셔츠’와 그를 반대하는 도시 엘리트 및 왕당파 중심의 ‘옐로셔츠’가 대립해 타이 정치는 극심한 분열을 겪었다. 2010년 방콕에서 벌어진 레드셔츠 시위 때는 군경 유혈진압으로 90여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 여동생 잉락 친나왓 정부를 무너뜨린 타이 군부는 총선에서 패배해도 군부 출신 총리가 집권할 수 있도록 한 헌법을 2017년 공포했다. 새 헌법은 이 법 아래 의회가 처음 구성된 뒤부터 ‘과도기’ 5년 동안 상원의원 250명과 하원의원 500명이 총리를 함께 선출하도록 했다. 총리가 의원일 필요도 없다. 상원의원 250명은 군부가 사실상 지명해, 군부 지지 없이는 총리가 되기 힘든 구조다. 군부는 이런 방식으로 탁신 세력 재집권을 원천 봉쇄해왔지만, 현재 패통탄의 갑작스러운 인기는 군부의 비민주적 집권 연장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을 보여준다. 왕정 아래 잦은 쿠데타와 탁신이란 변수 속 타이 정치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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