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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뉴노멀-혁신] 챗봇이 일깨워 준 인간의 조건

등록 2022-12-11 16:51수정 2022-12-11 19:00

오픈에이아이(OpenAI)가 공개한 인공지능 챗봇 ‘챗지피티’(ChatGPT).
오픈에이아이(OpenAI)가 공개한 인공지능 챗봇 ‘챗지피티’(ChatGPT).

[뉴노멀-혁신] 김진화 | 연쇄창업가

지난 몇년간 인공지능(AI) 열풍은 챗지피티(ChatGPT)라는 새롭고 놀라운 기술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딥러닝을 이용해 훈련된 거대 언어모델에 기반을 둔 이 시스템은 자연어에 마치 인간처럼 반응한다. 기계와 소통하는 방식에 이미 혁명적 변화가 시작됐다. 나아가 이 기술은 인간 사이의 소통 방식 역시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닌다. 이 칼럼에서 우리는 챗지피티의 가능성과 한계를 탐색하고 이것이 인간-기계 간 소통의 미래에 시사하는 바를 살펴보고자 한다.

세계 최대 민간 인공지능 연구소 오픈에이아이(OpenAI)가 만든 인공지능 챗봇 ‘챗지피티’가 얼마 전 시범 서비스를 공개했다. 지난 일주일 남짓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온통 ‘은혜로운 간증’으로 넘실댔다. 재치 있는 대화는 기본이고, 이메일이나 보고서 대리 작성, 나아가 프로그래밍 코드 작성 등의 다양한 작업 결과가 공유됐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알아차렸겠지만 실은 이 칼럼 도입부 역시 챗지피티에 요청해 영어로 작성한 것을 번역해 옮긴 것이다. 인공지능이 작성한 칼럼 도입부 단락이 종이신문에 그대로 게재되는 건 아마도 처음 아닐까?

챗지피티 열풍은 숫자가 말해준다. 오픈에이아이 샘 올트먼 대표는 시범 서비스 개시 불과 며칠 만에 이용자 100만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 다른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100만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보통 2개월 이상 걸렸음을 고려하면 말 그대로 ‘대박’이다. 연구소 설립자 중 한명인 일론 머스크는 “위험할 정도로 강력한 인공지능의 도래가 멀지 않았다”며 극찬했고, 와이컴비네이터 설립자 폴 그레이엄 역시 “거대한 사건임이 분명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성능 좋은 챗봇인 줄 알았는데 써보니 그 이상의 물건이라는 반응도 쏟아진다. 단순한 대화가 아닌 여행 가이드, 기획서, 코드 리뷰 등 다양한 산출물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급기야 “구글의 시대가 끝났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검색엔진에 키워드를 입력하는 대신 인공지능과 대화를 통해 비슷하거나 더 풍부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소 성급하지만 베타 버전에서 보여준 가능성이 이 정도니 다음 버전에선 그런 기대를 할 법도 하다.

빛이 밝으면 그림자 또한 짙기 마련이다. 그럴듯하게, 인간처럼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무 말 대잔치’라는 지적도 나오기 시작했다. 묻는 말에 청산유수처럼 답을 쏟아내지만 곰곰이 되씹어보면 내용이 없는, 주변에 한둘쯤은 있을 법한 그런 친구 같다는 얘기다. 사실관계가 틀린 답변은 더욱 문제다. 앞으로 팩트체크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지가 중요한 도전이 될 전망이다. 개발자들의 질의응답 사이트인 ‘스택오버플로’는 챗지피티를 통해 생성한 답변을 등록하는 걸 당분간 금지했다. 오답률이 높고 일반적으로 그럴듯해 보이지만 수준이 높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구글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워싱턴대 언어학과 에밀리 벤더 교수 등은 챗지피티 같은 거대 언어모델이 지식 검색에는 적합하게 설계되지 않았다고 역설한다.

새롭고 뛰어난 기술은 언제나 많은 이들을 설레게 한다. 다른 한편 적잖은 이들을 우려케 한다. 그러나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회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인간의 언어에 인간처럼 반응하고 글을 쏟아내는 기계를 대하고 있자니, 자명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10여년을 허비하는 교육체계가 얼마나 허망한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답을 내는 것은 이제 기계의 몫이 돼가고 있다. 제대로 질문하고 문제화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 정말이지 그저 수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질문하는 능력이 인간 조건의 근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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