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케빈 루스. <더밀크> 박원익 제공
[뉴노멀-실리콘밸리] 박원익 | 더밀크 뉴욕플래닛장
“생성 인공지능(Generative AI)이 코딩을 대신해주면 프로그래머들 일자리가 위태로워지지 않을까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지난 2월14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생성 에이아이(Gen AI) 콘퍼런스’에 참가한 한 개발자가 연사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대화형 인공지능 ‘챗지피티’가 사람처럼 글을 써내고, ‘미드저니’(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도구)가 화가처럼 그림을 그리는 시대다. 생성 에이아이의 이런 놀라운 성능에 많은 이들이 실직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능력 있는 고연봉 개발자라도 안심할 수 없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서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이끈 안드레이 카르파티마저 “인공지능 자동 코드 생성 도구 ‘깃허브 코파일럿’을 사용해 코딩 작업의 80%를 한다”고 밝혔을 정도다. 앞으로 생성 에이아이 성능은 더 좋아질 것이고, 이는 ‘그만큼 사람을 덜 써도 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에이아이가 화이트칼라 일자리 대부분을 대체할 것’이라는 비관을 넘어서려면 대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현명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은 뭘까? 콘퍼런스 현장에 참석한 기술 및 비즈니스 리더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요약하자면 ‘우회’와 ‘돌파’다.
우회론은 “에이아이와 경쟁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에이아이가 더 잘하는 일은 맡기고 인간다운 일에 집중하라는 조언이다.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케빈 루스는 ‘비즈니스 미래 보장하기’란 발표를 통해 “놀라운 일, 사회적인 일, 희소성 있는 일은 생성 에이아이 시대에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셰프나 보육교사처럼 딱 떨어지는 매뉴얼을 제공하기 힘든 직업, 바리스타처럼 고객과 정서적 교류 혹은 공감을 나누는 사회적인 직업, 119 상담원이나 올림픽 출전 선수처럼 윤리적·사회적인 이유로 자동화를 선택하지 않으면서도 눈에 띄는 우수성을 보여주는 일들은 안전할 거란 논리다. 일리가 있다.
특정 산업, 직종에서만 이런 우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같은 의사라도 엑스(X)레이 결과만 읽는 일을 할 수도 있고, 환자들과 공감하며 지역사회의 신망을 받는 의사가 될 수 있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더 놀랍고, 더 사회적이며 더 희소성 있는 사업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키워갈 수 있다.
2월1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생성 에이아이(GenAI) 콘퍼런스에서 냇 프리드먼 깃허브 전 최고경영자(오른쪽)가 데이브 로겐모저 재스퍼 최고경영자(왼쪽)와 대담을 나누고 있다. <더밀크> 박원익 제공
반면 돌파론은 변화의 물결을 밖에서 바라보지 말고 과감하게 그 안으로 들어가라고 조언한다. 새로운 문명의 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며 늘 공격적인 태도로 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소스코드 저장소 ‘깃허브’ 시이오(CEO)를 지낸 냇 프리드먼은 ‘생성 에이아이와 함께 소프트웨어 설계하기’라는 제목의 세션에서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언제나 혁신의 가장자리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8년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시이오에게 깃허브 인수를 제안했으며 깃허브 코파일럿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기술에 대한 확신을 가진 그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게 일견 당연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발언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그가 “깃허브 코파일럿 역시 언젠가 쓸모없어질 때가 올 것”이라고 말한 점이 이를 보여준다. 특정 시점에 특정 기술을 숙달하는 건 답이 아니며 계속 도전하고, 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우회도 쉽지 않지만, 돌파는 그보다 더 강한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태풍의 반경을 벗어나 돌아갈 것인가, 비바람을 맞으며 위험반원을 뚫고 혁신의 가장자리로 나아갈 것인가. 확실한 건 어느 쪽을 택하든 막연한 불안감에 빠진 편보다 낫다는 점이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