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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황제와 머슴 / 김병수

등록 2006-04-05 18:28

유레카
“머슴이 뭘 알겠느냐!” 1997년 5조원이 넘는 부실 대출을 남기고 무너진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이 청문회에서 전문 경영인을 두고 한 말이다. 하나 더. 한 재벌 총수는 사석에서 누군가 “경영 능력이 탁월하고 직원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전문 경영인이 있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잘라야지!”라고 답했다. 자신은 그룹의 주인이자 ‘황제’며, 절대적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어야 했다.

피터 드러커는 <미래경영>에서 “카리스마는 리더로 하여금 잘못된 행동을 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그들을 융통성 없는 존재로 만들며, 절대로 오류를 범하지 않는 완벽한 존재로 확신하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그는 리더십의 본질은 일, 책임감, 신뢰라며, 책임감 있는 리더는 부하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경영학 관련 책에 많이 나오는 ‘서번트 리더십’은 경영자를 오히려 머슴 자리까지 끌어내린다. 줄 오르망은 “위대한 리더는 책임을 질 때를 제외하고는 어떤 경우에도 추종자들보다 자신을 더 높은 곳에 두지 않는다”고 했다. <포천>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 삼분의 일 이상이 서번트 리더십 개념을 도입해 관리자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한다.(<행복한 경영이야기>)

현대차 그룹이 곤경에 처했다. ‘김재록 사건의 지류’로 시작된 검찰 수사가 비자금에 이어 경영권 승계 과정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내부자 제보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제 경영’과 총수에 대한 충성 경쟁, 거기서 파생된 인사 후유증이 ‘디프스로트’(내부고발자)를 낳았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재벌 문제가 내부고발로 불거지는 일이 심심찮게 나타난다. 두산그룹도 그랬다. 성균관대 차동옥 교수는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국내 기업은 아직 서번트 리더십에 대한 이해가 미흡하다고 했다. 재벌의 수난이 서번트 리더십 부재의 소치라면 비약인가.

김병수 논설위원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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