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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상속세 / 김병수

등록 2006-04-26 18:54수정 2006-04-26 18:56

유레카
로마시대 퇴역군인 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상속액의 20분의 1을 거둔 게 상속세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근·현대 이론은 다르다. 공리주의자 제러미 벤담은 “상속권이라는 자연법적 권리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모든 상속에 국가가 일정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국가 공동 상속이론으로 이어졌다. 존 스튜어트 밀은 상속을 통해서 스스로 자립하는 데 필요한 재산 이상을 얻도록 허락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많은 논거가 있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건 바닥에 깔린 생각이다. 이런 극단은 아니어도 부의 공평 분배를 위해 상속세는 필요하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재산 형성 과정에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기 때문에 상속할 때 한꺼번에 징수한다는 ‘이연과세론’도 있다.

미국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논의가 일 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비롯한 대표적인 거부들이 앞장서 반대했다. 이유 중 하나가 뜻깊다. 자본주의에 대한 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도 상속세는 존재해야 한다고 했다.

부자들이 모두 이렇게 생각하면 세상은 한층 투명해지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상속세는 여전히 정직하게 낸 사람이 되레 바보 취급당하는 ‘바보세’쯤으로 돼 있다. 재벌 상속세에서 이런 모습은 여실이 드러난다. 역대 최고액 납부자는 삼성가도, 현대가도 아니다. 1위는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 유족이 신고한 1355억원이고, 2위는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자 유족이 낸 1338억원이다. 반면 삼성가 이병철 회장 유족은 176억원, 정주영 회장 유족은 300억원만 냈다.

현대·기아차그룹뿐 아니라 재벌들은 대부분 상속 또는 사전 상속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떻게든 상속세를 내지 않고 재산을 대물림하려다 보니, 법 경계선을 넘는 무리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

김병수 논설위원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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