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겨레
우리말에서 과거를 나타낼 때 용언이 양성모음이면 ‘았’을 쓰고 음성모음이면 ‘었’을 쓴다. ‘길을 막았다’에서 ‘막’의 ‘ㅏ’가 양성이어서 ‘았’이, ‘밥을 먹었다’에서 ‘먹’의 ‘ㅓ’가 음성이어서 ‘었’이 쓰였다. ‘아라/어라’도 마찬가지다. 이런 말소리 현상을 모음조화라 한다. 우리말에서는 소리흉내말에서 두드러진다. ‘촐랑촐랑, 출렁출렁’처럼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서로 어울린다.
이런 모음조화 현상이 잘 지켜지는 말이 터키말이다. 터키말에서 복수는 ‘-lar, -ler’로 표현하는데, 이들은 명사에 어떤 모음이 있느냐에 따라 같은 소리를 가진 형태가 선택된다. araba-lar(자동차), ekmek-ler(빵)가 그렇다. 터키말은 우리말보다 더 철저하게 모음조화가 지켜지는 말이다.
이 터키말이 알타이어족 튀르크어파에 든다. 튀르크어파는 역사책에 돌궐로 적혀 있으며, 오래된 비석글이 남아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그 대표적인 언어가 터키말이고, 거기에서 동북쪽으로 시베리아 동쪽까지 올라가면서, 중앙아시아의 카자흐말·우즈베크말·키르기스말·투르크멘말을 비롯하여, 중국땅에 있는 위구르말·살라르말, 러시아 쪽 알타이말·추바시말·야쿠트말 등 모두 서른 남짓 말이 분포하고 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서로 의사소통이 되기도 한다. 이들 언어를 쓰는 민족들은 대부분 터키언어권에 든다는 유대감이 강하다. 말을 통해 겨레의 유대감을 굳건히 하는 좋은 보기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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