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섭 논설위원
유레카
세상을 떠난 천재 피아노 연주자 글렌 굴드의 연주가 컴퓨터로 재연되어 곧 음반으로 나온다고 한다. 1955년 그가 녹음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컴퓨터와 연결된 피아노를 동원해 그가 연주하듯 흉내낸 것이다. 건반 두드리는 세기, 페달 밟는 방식까지 수치화했다니 ‘음악 복제’의 새 경지라 할 만하다. 사실 굴드도 ‘복제 음악 시대’의 연주자다. 대량 복사된 55년의 음반이 아니었다면 그가 지금의 명성을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작업은 차원이 다르다.
기계를 동원한 음악에 대한 반감은 뿌리깊다. ‘미국 음악인 연맹’은 1929년 <피츠버그 프레스>라는 신문에 극장에서 연주자의 실연 대신 기계 음악을 사용하는 걸 비판하는 광고를 냈다. 이 광고는 “음악 권위자들은 예술혼이 기계화 속에 실종되고 있음을 안다. 음악의 질은 예술가의 분위기, 사람들과의 접촉에 달려 있고, 이것 없이는 지적 자극과 정서적 환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기계에 대한 반감은 그 이후 새 기술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 진공관 앰프 애호가들은 트랜지스터 앰프가 나오자 ‘따뜻하고 인간적인 소리’가 죽었다고 개탄했다. 컴팩트 디스크도 ‘기계적인 소리’라는 비판을 받았다.
발터 베냐민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라는 글에서 복제품에 없는 것은 ‘아우라’라고 했다. ‘아무리 가까이 있다 해도 먼 것의 일회적 현상’으로 정의되기도 하는 아우라를 그는 이렇게 풀어 설명한다. “여름날 오후에 휴식을 취하면서 지평선 너머 산의 능선을 바라보는 것 … 이것은 이 산의 아우라를 호흡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컴퓨터로 재연한 굴드의 연주에 대한 거부감은 기존의 반감과 또 다르다. 이는 음악의 아우라도 기대하기 힘든 시대에 ‘글렌 굴드의 아우라’를 쓴 유령을 내세우는 기이함에 대한 거부감이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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