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살이
우리말은 존대법이 무척 까다로워서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울 때 이 부분을 매우 어려워한다. 존대어를 어법에 맞게 잘 쓰면 예의바른 사람이라는 말을 듣겠지만, 잘못하거나 지나치게 하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스페인의 통돼지 요리 드셔보셨나요?”
한 중앙 일간지 기사 제목이다. ‘먹다’를 ‘들다’로 했는데 이 말은 딱히 존대어라고 보기도 어렵다. 점잖은 말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 아랫사람에게도 ‘많이 들게’라는 말을 쓰기 때문이다.
‘드셔보세요’에서 앞의 ‘드셔’는 동사, ‘보세요’는 조동사다. ‘드셔’는 ‘드시어’의 준꼴로서 ‘-시’라는 존대 보조어간이 들어있다. ‘보세요’는 ‘보셔요’의 변형으로서 역시 ‘-시’라는 존대를 안고 있다.
용언과 보조용언으로 이어진 말을 존대어로 할 때 양쪽에 다 선어말어미(보조어간) ‘-시’를 넣으면 이상한 말이 된다. 뒤의 보조용언에만 넣는 것이 우리의 어법이다. ‘가보세요’ 하면 반듯한데 ‘가셔보세요’라고 하면 이상하지 않은가. 따라서 ‘드셔보세요’가 아니라 ‘들어보세요’가 제대로 된 말이다.
다만 선어말어미 ‘-시’가 들어간 높임말이 아니라 단어 자체가 높임의 뜻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 그래서 ‘잡숴 보세요’는 반듯한 말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잡수다’에 ‘-시’를 넣어서 ‘잡수셔 보세요’라고 하면 이상한 말이 된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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