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택 /기획담당 부국장
편집국에서
오늘 마지막 연재분이 나간 〈한겨레〉 6월 항쟁 20돌 특집 ‘끝나지 않은 6월’ 기사 어떻게들 보셨는지요?
되짚어보니, 7일치 1·3면에 실린 상계동 철거민 ‘신애 엄마’ 안은정씨의 사연을 시작으로 모두 여섯 차례, 20개 면이 되더군요.
〈한겨레〉 편집국으로서는 이번 기획을 준비하면서 적잖은 부담감이랄까 책임감을 느꼈던 게 사실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한겨레〉 자체가 6월 항쟁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1988년 초, 반쯤 열린 ‘민주화’의 공간을 비집고 한겨레신문 창간을 밀어붙이던 시절, 어떻게든 신고필증(당시엔 사실상 허가제였음)을 내주지 않으려는 노태우 정권에 항의하기 위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명동성당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항쟁 이후 한겨레는 ‘6월 항쟁의 자식’ 또는 ‘항쟁의 유일한 성과물’이란 과분한 말까지 듣기도 했습니다.
이번 연재물을 내보내면서 독자들의 반응을 살폈습니다. 일부 항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의견도 있었지만 비관적인 의견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인터넷한겨레에 글을 올린 ‘jmp39’님은 “돌 던지며 항쟁했던 이들이 아기엄마가 되고… 벌써 20년. 착하고 건실하게 살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치열하게 항거했던 그 열광이, 신촌부터 시청 광장까지 막혀버린 그날의 함성이 지금도 귓전에 울릴 것만 같은데…”라고 회고했습니다. 반면 ‘gksrufp45’님은 “6월 항쟁을 이끈 사람들이 이 나라를 이끌었고, 지금도 상당수가 정치에 몸담고 있다. 그래, 그들이 바라는 것만큼 나라 꼴이 잘 되어갔나”라고 질타했고, ‘rheemh1’님은 “글쎄, 최루탄 마시며 돌 던지고 했던 것이 얼마나 민주주의에 기여했는지… 모든 게 껍데기는 아니었는지 회의가 든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잃어버린 10년’ ‘민주세력 무능론’ 따위의 말까지 터져나오는 최근의 정치상황과 무관하지 않겠지요.
이번에 한겨레가 벌인 설문조사 결과 중에서 독자 여러분은 무엇을 유심히 보셨는지요? ‘6월 항쟁’ 자체를 모르는 20대가 51.1%나 된다는 데 놀란 분들도 계셨을 겁니다. 또 경제가 어려운 게 어느 정권 책임이냐는 질문에 일반국민 42.9%는 ‘공통 책임’이라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57.8%가 김영삼 정권 책임이라고 답변한 대목을 눈여겨본 분들도 계시겠지요.
그렇다면 ‘잃어버린 10년’에 대해 진보개혁 전문가들의 78%는 ‘그렇지 않다’고 했지만, 국민들은 55%나 ‘그렇다’고 대답한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또다른 ‘민주세력 무능론’ 관련 설문에 “노무현 정부와 진보개혁 세력 모두 무능하지 않은데 부당한 공격을 받는 것”이라고 응답한 진보개혁 전문가가 11.9%에 불과하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현 정권의 책임이든, 진보개혁 세력 전체의 책임이든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는 데 이유가 있다는 뜻이겠지요. 지난 10년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으나 지금은 어쨌든 진보개혁 세력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자각으로 보입니다.
〈한겨레〉가 설문조사에 이어 진보학계의 대표적 학자인 백낙청·최장집 교수,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책브레인들과의 연속 토론을 연 것도 이런 위기 속에서 ‘길찾기’에 나서보자는 취지였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지만 기획물 하나로 독자 여러분의 고민을 쉽사리 풀어드릴 수는 없겠지요. 다만 이번 연재가 길찾기에 나서는 데 조그만 실마리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이택 /기획담당 부국장 rikim@hani.co.kr
〈한겨레〉가 설문조사에 이어 진보학계의 대표적 학자인 백낙청·최장집 교수,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책브레인들과의 연속 토론을 연 것도 이런 위기 속에서 ‘길찾기’에 나서보자는 취지였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지만 기획물 하나로 독자 여러분의 고민을 쉽사리 풀어드릴 수는 없겠지요. 다만 이번 연재가 길찾기에 나서는 데 조그만 실마리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이택 /기획담당 부국장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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