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찬 논설위원
유레카
격정적으로 내지르는 소리를 통성, 애간장을 녹이는 섬세한 소리를 미성이라 한다. 뛰어난 성악가라도, 두 가지 소리를 자유자재로 내는 경우는 드물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에게 ‘천상의 소리’라는 애칭이 따랐던 것은 통성과 미성을, 그것도 테너로서는 최고의 음역(하이C까지)에서 자유자재로 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이C’란 피아노의 여덟 옥타브 가운데 일곱번째 옥타브의 ‘도’를 말한다.
파바로티는 1965년 마리아 칼라스 이후 최고로 꼽히던 소프라노 조안 서덜랜드와 오페라 <라보엠>에 출연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성악계의 황제로 군림하게 된 계기는 1972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도니제티의 오페라 <연대의 아가씨> 공연이었다. 그는 최고 음역이 무려 아홉 곳이나 들어 있는 아리아 ‘친구여 오늘은 좋은 날’을 완벽하게 소화했고, 17차례의 커튼 콜을 기록했다. 이 곡을 원곡대로 부른 건 작곡된 지 무려 120년이 지나서였다. 이후 그는 하이C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으며, 전속 음반사인 <데코>는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이나 ‘친구여 오늘은 즐거운 날’ 등이 담긴 음반 <하이C의 제왕>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도 나이는 이길 수 없었던지, 지난해 2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겨울올림픽에서 최고 음역 도전을 포기했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가운데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조를 낮춰 불렀다. 원래 조인 G장조를 F장조로 한 음 낮춰 편곡한 것이었다. 관심은 ‘천상의 소리’ 후계자로 모아진다. 지난 2월, 25년 전 파바로티처럼 ‘친구여 오늘은 좋은 날’을 불러,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74년 금기를 깨고 공연 중 앙코르를 받았던 페루 출신의 후앙 디에고 플로레스가 꼽힌다. 그러나 신은 그를 천상의 소리로 낙점하는 데 주저하는 것 같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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