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예절
시, 소설 같은 지은이의 정서와 개성이 담긴 글에서 표현이나 글틀을 들추어 잘잘못을 말하기는 어려운데, 공문서나 법률 등에서는 문제가 다르다. 영향이 두루 미치거니와 그 됨됨이가 여타 글의 본보기가 되는 까닭이다. 양식과 틀은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런 쪽으로 걸러지긴 하지만, 틀린 것도 마냥 쓰면 기득권을 얻는 데까지 이른다. 개인은 조심하면 되지만 제도는 고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증 제1호/ 당선증/ 한나라당 이명박/ 귀하는 2007년 12월19일 실시한 제17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당선인으로 결정되었으므로 당선증을 드립니다./ 2007년 12월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이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정한, 공직선거관리규칙 별지(제58호) 서식대로 박은 대통령 선거 당선증 문안이다. 당시 신문마다 대문짝만하게 박아내 널리 알려졌다.
여기서 우선 걸리는 게 ‘대통령선거에 있어서’다. 그냥 ‘대통령 선거에서’가 낫다. 한자 어조사 어(於)를 ‘니 오이테’로 읽는 일본말투를 그대로 뒤친 게 ‘에 있어서’인데, 이런 군더더기가 법령문에도 흔하다. 이 서식에는 “‘○○선거에 있어서’ 다음에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에는 …, … 자치구·시·군의원 선거에 있어서는 …을 각각 삽입하며 …”라는 설명을 덧붙여 지방선거·대선·총선 때 두루 활용하도록 했다.
손질하면 “귀하는 ○○○○년 ○○월○○일 치른 제○○대 ○○○선거에 후보로 나서 당선되었기에 이 증서를 드립니다” 정도다.
이런 일로 선거 뒤끝이 웃음거리가 안 됐으면 좋겠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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