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논설위원
유레카
이승만은 스물한살 때인 1895년 배제학당에 입학한다. “영어를 배우려는 큰 야심”이 가장 큰 동기였다. 한해 전 갑오개혁으로 과거가 폐지된 터에, 영어는 관직에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무기였다. 정부의 외국 파견 사절단에 통역으로 채용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영어를 아주 빨리 배워서, 여섯달 만에 배제학당 영어교사가 됐다.
미국에 유학하고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오래 한 이승만에게 영어 실력과 미국 인맥은 큰 정치적 자산이었다. 미군정 아래 ‘영어 권력’의 맹주였던 그는 초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오랜 미국 생활을 한 그의 우리말은 어눌했다. 특히 정부 수립과 함께 공포된 한글 맞춤법통일안이 그에겐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1949년 한글날 담화에서 맞춤법을 고치자고 나섰다.
그는 “정식 국문이라고 쓰는 것을 보면, 쓰기도 더디고 보기도 괴상하게 만들어 놓아 퇴보된 글”이라고 비판했다. ‘앉았다’를 ‘안잣다’로, ‘좋지 않다’는 ‘조치 안다’로 쓰는 구한말 성경 맞춤법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1953년 4월에는 국무회의에서 정부 문서와 교과서에 옛 철자법을 쓰기로 결의하고, 국무총리 훈령까지 내렸다. 이런 조처는, 문화계와 언론계의 거센 반발로 문교장관이 바뀌는 등 한바탕 파란을 겪고서야 유야무야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영어 교육을 혁신하겠다며 놀랄 만한 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같은 비용으로 효과 큰 교육을 하자는 것이라면 탓할 게 없다. 온 국민을 영어 사용자로 만들자는 정도이니, 그야말로 광풍이다. 영어 교육 시장을 키우면, 영어권에 유학한 이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 기회가 생기기는 할 것이다. 그것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우리 사회가 그 많은 자원을 영어 학습에 투입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줄 사람부터 만나고 싶다. 모두가 이승만이 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데 ….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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