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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머피의 법칙 / 함석진

등록 2008-02-14 19:57수정 2008-02-14 20:59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유레카
기다려도 오지 않던 버스는 늘 두세 대 몰려다닌다. 할인점에서 내가 고른 계산대 줄은 항상 느리다. 유독 재수 없었다고 생각하는 나쁜 기억만 머리에 남는 ‘선택적 기억’ 현상일 뿐, 확률적으로는 의미가 없다는 반론도 있지만, 살면서 이런 ‘머피의 법칙’이 들어맞는 경우는 많다. 왜 그럴까? 우리가 우연(낮은 확률)으로 받아들이는 많은 경우는 필연(높은 확률)이 내재된 경우가 많다.

심리과학자 리처드 로빈슨은 이렇게 설명했다. 한 버스가 정류장에서 많은 손님을 태우느라 지체하면, 뒤이어 오는 같은 회사 버스는 손님을 적게 태우게 되므로 간격은 점점 좁아진다. 그래서 버스가 몰려다닐 가능성이 높아진다. 할인점 계산대가 10곳 있는 경우 내 줄의 계산이 가장 빠를 확률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영국 사람들은 바쁜 아침에 잼을 바른 빵을 떨어뜨리면, 꼭 잼을 바른 쪽이 바닥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영국 애시턴대학의 방문연구원으로 있던 로버트 매튜스는 설명했다. 빵이 바닥에 떨어질 땐 보통 사람 손 높이나 식탁 높이에서 떨어진다. 그 높이에선 잼을 바른 면이 위를 향하고 있는 빵이 완전히 한 바퀴를 돌만큼 지구 중력이 강하지 않다. 따라서 반바퀴 정도 돈 빵은 잼이 묻은 면으로 떨어진다.

산중도 아닌 서울 도심에서, 고층빌딩의 대형 화재도 잡는 첨단 소방장비를 가지고, 불이 번지기 한참 전에 도착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머피의 법칙처럼 최악의 결과를 맞았다. 결과엔 원인이 있고 원인은 무수한 조건들로 구성된다. 복잡계 세상에서는 작은 조건 하나만 바꿔도 결과 전체가 바뀌는 ‘나비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방화 혐의자를 반사회적 성격장애자나 충동조절 장애자로 보기도 하지만 그가 만나 절망했던 민원실 공무원 한 명이라도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결과가 어땠을까? 머피의 법칙은 달라졌을까?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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