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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노무현님께 / 함석진

등록 2008-02-28 21:31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유레카
몇 년 전 취재차 유럽을 간 일이 있다. 취재를 마치고 이틀 휴가를 얻었다. 무슨 밀린 숙제라도 하듯 밤배를 타고 그리스 크레타섬을 찾아갔다. 스무 살쯤 읽었던 〈그리스인 조르바〉의 배경이었던 그곳 땅 냄새와 바다 냄새를 맡아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 여행에서 내게 남은 한 장면은 책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 문구였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

말년에는 아무에게나 손을 내밀어 “나에게 15분만 적선하시오”라며, 자신이 그린 조르바처럼 좀더 자유롭게 살지 못하고, 닳아버린 삶을 아쉬워했다. 평생 희구한 자유는 죽어서야 얻었다.

가는 대통령, 오는 대통령이 있던 날 밤 나는 늦게까지 인터넷을 뒤졌다. 딱히 무슨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눈은, 오는 대통령이 아닌 가는 대통령을 따라가고 있었다. 김해 봉하마을 스케치 영상에 한참을 머물렀다. 그리고 한 장면이 남았다.

“제가 말 놓고 딱 한마디 할까요? 하아~. 한마디만 할까요? 야 기분 좋다.”

바람이지만 이제 못 다 핀 꽃 한송이의 억울함도, 예우니 경호니 하는 또다른 ‘법적 굴레’도 털어버리고 맘껏 소박하고 그대로 천진하셨으면 한다. 맘껏 가난한 이웃을 만나고 사랑하셨으면 한다. 이왕이면 집안에 ‘의자’도 많았으면 좋겠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뒤 도끼 하나 들고 숲속을 찾아들어가 자연과 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책 〈월든〉에서 “아무것도 없지만 의자는 세 개나 두었다. 하나는 고독을 위해, 또 하나는 우정을 위해서, 나머지 하나는 이웃을 위해.”

다 알면서도 볼 때마다 역겨운 이 탐욕스런 세상에서 가끔 피곤한 눈 돌릴 곳이라도 되었으면 한다. 국민을 섬기겠다고 나선 새 정부 내각의 땅과 돈과 오피스텔과 자식들 국적을 보면서, 그러고도 “뭐가 잘못됐냐”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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