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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사람이름] 감동·어루동 / 최범영

등록 2008-03-17 18:12

사람이름
세종 때 세상을 시끄럽게 한 성추문 사건에 유감동이 있었다. 한 남자가 여러 여인과 관계를 맺는 것은 그리 문제 삼지 않은 반면, 한 여성이 여러 계층, 여러 남자와 관계 맺는 일은 나랏법의 우듬지를 흔드는 일로 보았다.

감동은 사내이름으로도 쓰였는데 ‘감’이 든 사내이름에 감이·감기·감닙·감돌·감동·감바회·감샹·감손·감숑·감쇠·감진·감파리 따위, 계집이름에 감근·감년·감녜·감덕·감동·감졀·감지·감진이 따위가 있다.

성종 때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주인공은 ‘어루동’이다. 於于同뿐만 아니라 於乙于同·於乙宇同으로 적었으니 ‘어우동’ 아닌 ‘어루동’이 맞으며, 박씨로 알려진다. 기생 연경비(燕輕飛)를 좋아한 태강수 이동은 박씨를 내쫓았다. 사건의 주인공으로 박씨 부인은 어루동이라는 이름으로 꾸며진다. 옛말에 ‘남진 어루다’, ‘겨집 어루다’는 여자가 시집가고 남자가 장가가는 것을 그리 일렀다. 어른·어르신이란 말은 중세에 ‘어룬·어루신’, 결혼한 이를 가리킨다. ‘어룬’이 든 이름에 어룬이·어룬개 따위가 보인다. ‘어루’는 어찌씨로 ‘가히, 넉넉히’라는 뜻도 지녔다. 가볍게 쓰다듬으며 만지는 것을 어루만진다고 한다.

어루동은 현비라는 이름으로 살기도 했다. <연산군일기>를 보면 어루동을 구마(丘麻)로도 부른다. 구마가 여인의 이름으로 달리 쓰인 예가 있는 것을 보면 어루동의 본디이름은 ‘박구마’였던 것 같다. 태강수의 부인 박씨는 죽어서야 바람둥이(어루동)의 굴레를 벗고 본디 이름, 박구마로 돌아온 셈이었다.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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