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선 논설위원
유레카
“옛날 성왕들이 천하를 다스릴 때는 항상 무엇보다도 먼저 공정함을 앞세웠다. 공정해지면 천하가 평화로워지니, 평화는 공정함에서 얻어진다.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천하의 천하다. 음양의 조화는 한 종류만을 잘 기르기 위한 것이 아니고, 때에 맞게 내리는 서리와 비는 한 사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만민의 주인은 한 사람만을 위하지 않는다.”
새롭게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행보를 보면 새삼 <여씨춘추> 귀공(貴公)편에 나오는 이 글이 생각난다. 이 대통령은 16일 “취임한 지 오늘이 딱 20일이 되는 날인데, 국민도 언론도 한 6개월은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 정권과 언론 사이 밀월 기간이 없어졌다는 뜻으로 이 말을 했을 듯하지만, 국민이나 언론 편에서 보자면 취임 20일밖에 안 된 정권이 6개월이나 1년 정도 된 정권으로 여겨질 정도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 된다.
국민이 겨우 20일 만에 그토록 피로감을 느끼고 세상을 시끄럽게 여기게 된 큰 이유는 이 대통령의 통치가 공정함을 잃었기 때문이다. 통치의 첫 시험대인 인사에선 지역편중 논란과 함께 1% 부자를 위한 내각이란 평가를 받았다. 기업에 대해선 한없이 ‘프렌들리’하면서도 경제의 다른 한 축인 노동자들에겐 법질서를 운위하며 을러대고 있다.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공천에선 친형을 공천하는 등 자파 세력 넓히기에 주력했고, 자신의 최측근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해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이런 행보는 공공적 가치의 담지자여야 할 최고 지도자의 처신이 아니라 사익 추구자의 모습이다. 중국 최초의 자전 <설문해자>는 한비자의 사례를 들며 공(公)을 평분(平分)으로 사(私)를 간사(奸邪)로 해석했다. 이미 전국시대 말기부터 공과 사는 도의적 개념을 지녔던 것이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4/0116/53_17053980971276_2024011650343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32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76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807.jpg)




![때리면 반칙, 20년 형동생의 약속대련 논쟁 [유레카] 때리면 반칙, 20년 형동생의 약속대련 논쟁 [유레카]](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4/0124/53_17060843105029_20240124503317.jpg)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12/127/imgdb/original/2025/0212/20250212500150.webp)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12/127/imgdb/original/2025/0211/20250211502715.webp)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12/127/imgdb/original/2025/0211/20250211503664.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