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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어예절] 사룀 / 최인호

등록 2008-04-24 23:23

언어예절
웃사람, 손아픈 사람에게 말하는 것을 아뢴다거나 사뢴다고 한다. 말글은 사람끼리 뜻을 주고받는 연장이지만 하늘이나 혼령에게 뜻을 전할 때도 쓴다. 토지신·산신령·삼시랑에게 쓰는 말이 달리 없다. 흔한 축문이나 제문, 손비비며 하는 말도 그렇다.

신라적 ‘사뇌가’(詞腦歌)를 학자 김인환은 ‘사뢰는 노래’라 푼 바 있고, 화백(和白)도 사람들이 모여 ‘사뢰는 모임’이라고 했는데, 슬기로운 견해라 하겠다. 사뢰는 방식은 말뿐만이 아니라 노래·춤·풍류일 수도 있다.

사람끼리도 서로 존중하고 제대로 알린다면 여러 문제가 풀린다. 사과와 용서, 꾸짖음, 달램, 폭로 … 들도 사뢰는 방식의 하나다. 법률과 문학·음악·제도들이 결국은 이 사룀의 갈래들이다. 비손도, 선전·선동도, 선거도 사룀에서 비롯한다.

전달 방식도 무척 발달되었다. 붓 아닌 전자말이 큰 변화다. 신문·방송 등 언론이 대표 매체다. 공공기관·기업에서도 다양한 연장으로 손님들에게 사뢴다. 인터넷 매체도 버금가는 연장들이다. 그만큼 낱사람의 의견 발표·발언이 잦아지고 전달이 쉬워졌다. 저마다 사랑방·카페를 내거나 집을 지어 그림을 그리고 말글을 써댄다. 그렇다고 소통이 고급해지고 온전해졌는지는 의문이다.

말글보다 직접 실천하는 삶이 진정한 사룀의 방식일 수도 있다. 입이 온갖 허물이나 화근의 바탕이라는 말이 있다. 함부로 말하고 쓰기를 삼가라는 얘긴데, 이로써 반드시 말을 많이 한다거나 글을 자주 쓴다고 소통이 잘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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