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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사람이름] 딜위·그믐딘이 / 최범영

등록 2008-04-28 18:02

사람이름
세종 12년(1430년), 보덕이란 여인이 永珍衣(영진의)와 싸우다 발길에 뺨을 차여 이레 만에 애가 떨어지고, 사흘 뒤 숨졌다. 사람을 때려죽이면 마땅히 목을 졸라 죽여야(교형) 하나 다친 곳도 없는데 때려죽인 죄로 보기는 어려웠다. 이에 임금은 한 등급 내려 벌을 주라 일렀다.

珍의 소릿값은 중세에 ‘딘’이었고 땅이름에서는 ‘돌’을 적을 때도 썼다. 중세 때 ‘술위’는 수레인데 이름에서 車衣(차의)로 적었다. 衣(의)는 ‘의/위/이’를 적는다. 珍衣는 ‘딘의/딘위/딘이’에 가까운 ‘딜위’를 적은 것으로 보인다. 딜위는 요즘의 찔레다. 딜위가 든 사내이름에 딜위·딜위대·늦딜위 따위가 있다. 永珍衣는 ‘영딜위/길딜위’였을 것이다. 1207년의 <대승선종 조계산 수선사 중창기>에는 딜위금(珍衣琴)이란 여인이 후원했다고 나온다. 세종 때까지만 보이는 ‘딜위’를 ‘珍衣’로 적은 표기는 고려의 내림으로 보인다.

珍(진)이 이름접미사로 쓰일 때 사내이름에 귀딘·그믐딘·금딘·똥딘·말딘·을딘이, 계집이름에 곰딘이 있다. 그믐진·똥진이란 이름도 있다. ‘-진’(進/眞)이 든 사내이름에 감진·귿진·문진·복진·손진·솔진·앙진·이진이, 계집이름에 논진·막진·망진·벽진·옥진이 등이 있다. ‘-딘/진이’는 ‘디다/지다’(넘어지다, 짐을 지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요즘말 ‘값지다·빚지다’는 중세 말에선 ‘귀하다·천하다’는 뜻으로 쓰였다.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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