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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짐승이름] 곰 / 정호완

등록 2008-04-30 18:40

짐승이름
곰도 한 가지 재주는 있다. 우리나라에 가장 확실한 자원이 있다면 곧 사람인데, 일상에서 아웅다웅 살지만 사람마다 소중함이 더할 나위 없다.

겨레의 뿌리를 떠올리면, 곰은 신성한 상징성을 지닌다. 곰 여인(웅녀)이 단군의 어머니고 백두산을 달리 웅신산(熊神山)으로 일컬으며 공주의 본이름이 웅진 곧 곰나루임을 고려하면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옛말에 곰은 ‘고마’였다.(신증유합) 곰이야말로 경건하게 삼가서 흠모해야 할 대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마 敬 고마 虔 고마 欽) 단군의 어머니가 곰신이었고 이는 창조신화의 뿌리샘이니까. 오늘날 진해의 옛이름이 웅신(熊神)이었음도 암시하는 바가 크다. 일본말로 곰은 ‘구마’이고 가장 큰 축제의 하나인 아이누의 구마마쓰리(熊祭)가 곰의 신성함을 더해 준다. 아이누말에서 신이 ‘가무이’인데, 우리말에서 신은 ‘검’(신자전)이었다. 조물주가 검(geom)이라고 최남선도 적고 있다. 우리말에서 검이 신임을 아는 이가 적다. 그렇게 배우지도 가르치지도 않았으니 모르는 게 이상할 건 없지만, 자기 것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는 있겠다.

‘고맙다’란 ‘고마에 같다’는 말이 합친 형태로 “당신의 은혜가 곰 어머니 곧 조상신과 하느님과 같다”는 뜻이 된다. ‘고맙다’야말로 겨레의 화두이고 뿌리의식을 드러낸 말이다. 어머니란 말도 고마(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개연성이 높다. 고맙소 향 깊은 언덕 무지개는 피리니.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허재영 교수의 ‘땅이름’을 마치고 이번주부터 정호완 교수의 ‘짐승이름’을 내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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