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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짐승이름] 용 / 정호완

등록 2008-05-21 17:47

짐승이름
해동에 여섯 용이 나타나시니 모든 일에 하늘의 뜻 아님이 없도다.(용비어천가) 여기서 용은 조선 건국과 관련한 세종 임금의 선대들을 이른다. 용포·용루·용안·용상 …들이 모두 임금과 관련한 말들이다.

용의 옛말은 ‘미르’(훈몽자회)다. ‘미르’는 물(水)이니 ‘밀-물’로 이어지는 낱말 겨레라 할 수 있다. 용은 물과 불을 다스리는 상징이었다. 농경 시기에 물이란 신격일 만큼 소중한 것이었다. 한자음으로 용은 영(靈)과 상통하는 바 있다.

땅이름에도 ‘용 계열’이 숱하다. 용산(미르기메)·용천(미리내)·용소(미르기물)에다 용강·용전·용지·용성·용담·용두 …들이 곳곳에 있다.

단군신화의 풍백·우사·운사도 용의 의인화 과정 아닐까? 고주몽도 마찬가지. 해모수와 오룡거에서 용이 끄는 수레가 바로 용과의 관련을 드러낸다. 석탈해 임금도 용성국(龍城國) 사람이다. 백제 무왕이 연못의 용과 어머니 사이에서 났다.(서동요) 용건(龍建)의 아들 고려 태조 왕건, 용의 후손이란 창녕 조씨 시조 조계룡 …두루 같은 범주들이다. 용은 주로 임금과 같은 권위의 화신으로 받들린다.

이서의 마경초집(馬經抄集)에 동계(東溪) 선생이 곡천(曲川) 선생에게 말의 계보를 물어본다. 용에서 토끼로, 토끼는 기린으로, 기린은 말로 계보를 이어간다. 말도 천마사상과 같이 하늘과 통하는 신령성을 부여함을 보면 두루 짐승을 인간의 조상으로 믿는 토템의 한 얼 안에 넣어야 할 것이다. 용 날아 빛나는 거기 온갖 사랑 강물처럼.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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