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이름
꿈에 돼지를 보면 복이 온다는 말이 있다. 전날 돼지를 ‘돋·돝·도’라고 했다. ‘도’는 도-개-걸-윷-모의 도다. 도는 ㅎ종성으로 쓰이는 낱말로 ‘도’가 ‘돋-돝’으로 굳어진다. ‘도’와 ‘돼지’와의 관련은? 강아지·송아지의 접미사 ‘-아지’가 ‘도’에 붙어 도야지>돼지로 소리가 바뀌어 오늘에 쓰이게 되었다. 저(猪)의 고대음 ‘됴’가 바뀐 형태로 보기도 한다. 한편으로 돼지 돈(豚)이 우리말 ‘돈’과 소리가 같아서 돼지가 ‘재물’과 관련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고구려 유리왕 때 하늘제사에 쓰려고 기른 돼지 교시(郊豕)가 달아났다. 제수를 맡은 설지(薛支)로 하여금 달아난 교시를 잡아서 그 곳(국내성) 사람들에게 맡아 기르게 하였다. 설지는 임금에게 서울을 국내성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고 하자 임금이 답사한 뒤 서울을 옮겼다. 하늘에 바칠 돼지가 달아나 머물던 곳인 까닭이다. 고려 태조 왕건의 할아비 작제건(作帝建)은 서해 용왕을 돕고서 그 대가로 용왕의 딸과 돼지를 얻어서 고향으로 돌아온다. 왕건이 고려의 수도를 송악으로 정하게 된 데는 돼지와도 관련이 있겠다.
돼지는 열두 지지 가운데 마지막 짐승이다. 상해일(上亥日)이라 하여 매사를 삼가라는 가르침을 준다. 신라 소지왕이 겪은 사연에서 비롯된다.(삼국유사) 방위로는 북서북, 시간으로는 9-11시다. 먹거리로서보다는 상징으로 돼지가 우리와 가까운 짐승임을 깨닫는다.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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