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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헌법의 눈물을 보았는가? / 우석훈

등록 2008-05-28 19:31수정 2008-05-29 13:32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야!한국사회
요즘 나는 밤마다 운다. 대통령을 생각하면 슬퍼서 눈물이 나고, 그리고 시민들을 생각하면 자랑스러워 눈물이 난다. 얼마 전부터 나는 법전에서 튀어나와 길거리를 걷는 우리의 9차 개정 헌법을 보게 된다. 지금 대한민국 헌법은 촛불을 들고 외치고 있거나, 가끔 찻길로 내려오거나, 때때로 경찰들에게 방패로 맞는다. 1987년 개정된 이 헌법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항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한다. 대통령만 헌법기관인가? 국민도 헌법기관이다.

87년의 시대정신을 담아낸 이 9차 개정 헌법은 2008년, 뚜벅뚜벅 법전에서 걸어나와 촛불을 들고 있다. 통치할 생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의 대통령은 무섭다. 헌법도 대통령이 무서워 촛불을 들고 있지 않으면 정말 무서운 경찰들에게 끌려가는 것이 2008년 시대정신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이 된 것은 1인당 국민소득이 1500달러가 채 안 된 78년의 일이고, 국민소득이 4500달러가 채 안 된 88년까지 10년 동안 현대건설의 사장이었다. 그의 사상과 정신은 이 4500달러 시대에 정지한 듯하다. 현행 헌법도 그 시기에 탄생하였다. 그리고 이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살고 있다. 4500달러의 시대정신으로 대통령이 국제 외교를 하는 동안, 2만달러 국민소득은 이미 21세기를 훌쩍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평화 의식과 질서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비폭력’을 외치는 국민을 지켜주는 유일한 존재는 이 스물한 살 먹은 헌법이다.

헌법기관인 국회는 국민을 지켜주지 않는다. 대통령의 행정부는 국민 잡아가기에 바쁘고, 폭도로 몰기 위해 연일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연다. 또다른 헌법기관인 사법부는 찻길에 내려서면 불법이라고 단단히 벼르는 중이다. 입법·사법·행정에 이어 제4부라고 이르는 언론은 사태를 이해할 생각도 없고, 국민을 폭도로 몰 꼬투리만 찾는 것 같다. 텔레비전 기자 한 명이라도 카메라를 들고 있었으면 막을 수 있을 일들이 밤마다 벌어진다. 정치는 죽었고, 정부는 헌법을 장관고시의 치장품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국민이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이들은 지도부도 없고, 지휘부도 없고, 다만 분산형 조직으로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 외에 할 게 없다. 이것을 아마 정치이론에서는 ‘비폭력 시민 직접행동’이라고 하는 것 같다. 때리면 맞고, 잡으면 잡혀간다는 것의 학술적 이름인가 보다.

국민을 제외한 대한민국의 모든 헌법기관은 죽었다. 80년대 방식으로 통치하는 철권 대통령의 무서움 앞에서. 그래서 헌법이 촛불 들고 직접 길거리로 나섰다는 것이 내가 지금의 상황을 보며 이해한 것이다. 나는 헌법이 법전에서 뚜벅뚜벅 걸어나와 촛불 들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고, 교복 입은 여고생을 잡아가지 말라고 외치는 것을 보았고, 넥타이 매고 고시 철폐와 재협상을 외치는 것을 보았다. 국민소득 5000달러 시대에 만들어진 9차 개정 헌법, 그 헌법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100여명의 국민이 자진해서 체포당하고 경찰차를 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묵묵히 그들 사이에 끼어 같이 체포당하는 스물한 살 먹은 대한민국 9차 개정 헌법을 보았다. 장관고시에 밀려 경찰차에 갇힌 헌법, 그것이 우리의 헌법이다. 경찰차 안에서 숨죽여 우는 헌법을 보았다. 나는 그런 우리의 헌법이 자랑스럽다. 그래도 자꾸 눈물이 난다. 여러분도 헌법의 눈물을 보셨습니까?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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