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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어예절] 일러두기 / 최인호

등록 2008-05-29 18:03

언어예절
물건이 넘치는 시대다. 이를 만들고 사고팔고 쓰게 하자면 말이 필요하다. 그 말을 엮은 게 ‘일러두기’다. 본디 내용이 복잡한 사전에서 책머리에 두어 그 읽는 법을 갖춘 글을 일컫는 말이다.

기계·기구를 켜고 끄고 다루는 원리와 방법, 컴퓨터 차림·소프트웨어 작동법, 음식·약물 조리법이나 먹는법 등을 베푼 글들을 ‘기술글’이라고 하는데, 성격상 ‘일러두기’와 맞아든다. 지침서·설명서·편람·안내문·매뉴얼 따위가 이에 든다.

산업과 무역 발달이 일렀던 서양에서는 이런 유형의 글쓰기 고민도 일렀다. 예컨대 비행기나 자동차를 만들어 팔아먹자면 물건도 좋아야 할 뿐더러 내외국인을 상대로 그 사용법을 알려야 했던 까닭이다.

물건을 만들 때나 사용법을 설명하는 데서 공통으로 갖출 것이 있다면 역시 ‘편하고 쉽게’가 될 터이다.

물건을 제대로 부려 쓰게 하자면 설명이 정확하고 쉬워야 하며, 오작동·오용 위험을 막자면 주의·지시·요구·경고하는 말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쉽고 적절한 용어를 가려 쓰면서 겸손하면서도 정중한 말투를 갖춰야 한다.

대우법이 발달한 말을 쓰는 나라에서는 적절한 높임말로 서술해야 하고, 명사와 동사는 일차적인 의미로 한정해 쓸 필요가 있다. 관형어나 부사어는 아껴 쓰되 제자리에 두고, 문장은 단문 위주로 쓸 것을 주문한다. 잘 다듬은 일러두기는 딴나라 말로 뒤치기도 쉽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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