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선 논설위원
유레카
조선 선조는 명종이 후사 없이 세상을 뜨자, 제왕이 될 공부도 하지 못한 채 열여섯 나이로 왕위에 올랐다. 당대 최고의 학자였던 퇴계 이황은 이를 우려해 집권 1년이 된 선조에게 제왕의 도를 요약 정리한 <성학 10도>를 올렸다. 퇴계는 “임금의 한마음은 온갖 기틀이 유래하는 바이고 온갖 책임이 모인 바이며, 뭇 요구가 서로 공격하고 뭇 사악함이 차례로 뚫는 것이니 한번이라도 태만하고 소홀하며 계속하여 방종하면 산이 무너지고 바다에 풍랑이 이는 것 같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글을 올린다며 옛날 현명한 제왕은 눈길이 가는 곳과 몸이 처한 곳에 교훈과 경계의 글을 새겨놓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조심하고 또 경계했다고 진언한다.
퇴계의 진언에도 선조가 갈팡질팡하자 그 7년 뒤 부제학 율곡 이이는 <성학집요>를 바쳐 다시 제대로 된 왕도를 따를 것을 촉구한다. 율곡은 “임금이 덕을 닦는 것이 정치의 근본”이라며 “온세상 사람들의 눈을 내 눈으로 삼으면 모든 것을 분명히 볼 수 있고, 온세상 사람들의 귀를 내 귀로 삼으면 모든 것을 똑똑히 들을 수 있으며, 온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내 마음으로 삼으면 모든 것을 슬기롭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라고 간언한다. 이와 반대로 스스로 모든 것에 통달하였다고 여겨 자기 재능만 믿고 모든 일을 처리하며, 남의 의견을 듣지 않는 것이 고질이 되면 어둡고 막힌 길로 달려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선조는 당대의 거유들의 간언을 따르지 않은 탓에 임진왜란이란 크나큰 고통을 백성에게 안겼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100일도 안 돼 나라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것은 국가 최고지도자란 자리의 엄중함에 대한 인식 부족과 자신이 모든 것에 통달했다고 여겨 남의 의견에 귀 막은 오만 때문이 아닐까. 이 대통령께 <성학집요>를 한번 읽어보시도록 권하고 싶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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