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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짐승이름] 사슴 / 정호완

등록 2008-07-02 18:05

짐승이름
주몽이 고구려를 세우고 비류국을 합병할 때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흰사슴을 잡아 큰 나무에 매달아 놓고 낮과 밤으로 울게 하면서 주문을 외웠다. 마침내 큰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류국이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다. 겁이 난 송양왕은 할 수 없이 백성들과 더불어 항복했다.

여기 주몽은 주문을 외워 비를 내리게 하는 사제였고 사슴은 영적인 힘을 갖추고 있어 주술 효험을 보장했음을 보여준다. 달리 사슴은 하늘에 제사를 올릴 때 제단에 바치는 제물 곧 희생이라고 할 수도 있다. 경북 고령의 암각화에 드러난 사슴의 뿔은 특별하게 사슴을 조상신으로 여기는 녹각숭배(鹿角崇拜)의 상징이기도 하다. 사슴은 머리 위로 뿔이 나무처럼 돋아나니 땅이 푸나무를 길러 이바지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아니한 것으로 봤던 듯하다. 사슴 녹(鹿)도 머리 위로 뿔이 나온 것과 그 머리와 다리를 본뜬 것이다.

옛말로 사슴은 ‘사 ’(청산별곡)이었다. 어근 ‘삿-’에 접미사 ‘- ’이 붙어 이루어진 것으로 풀 수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고라니·놀갱이·사섬·사숨·사시미라고도 이른다. ‘삿’이란 어떤 뜻이 있는가. ‘ -슷’과 같은 낱말겨레에 속하는 것으로 ‘사이’란 말로 풀면 좋을 듯하다. 몸집이 큰 짐승인 소나 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토끼와 같이 작은 짐승은 더욱 아니기에 그러하다. 일본말로는 ‘시카’(sika)라 한다. 이는 ‘삿’과 같은 형태를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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